유럽의 살롱은 사교·문화 공간 역할을 하며 개인적 가치 추구를 도왔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였다. 이를 살롱 문화라 한다. 우리나라 또한 사랑방·풍류방의 문화가 존재했다. 방중악(房中樂)의 선비 음악 역시 소규모 살롱 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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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에게 전통 음악과 관련한 스토리텔링을 강의하는 필자. |
많은 현대인은 바쁜 생활 중 시간을 내 예술과 문화를 즐기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이와 더불어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 이런 요구에 맞추어 소규모로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예술문화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있다. 카페에서 음악회와 그림 전시를 즐기고, 다양한 인문학 강의를 챙겨서 듣고, 카톡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구독하여 바쁜 아침 한 곡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이렇듯 문화현장은 21세기 감성으로 대중의 편리에 맞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951년 국립국악원이 개원하고, 1965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창단을 시작으로 각 지역 중소도시에서도 국악관현악단이 활동하고 있다. 해마다 대규모 정기연주회와 다채로운 공연을 기획해 전통 음악을 시민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실제로 국악 공연을 관람해보지 못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건 여전히 사실이다.
반면, 능동적으로 소규모 공간에서 게릴라처럼 대중과 소통하면서 더욱 다양한 콘텐츠로 개성 있는 시도를 하는 젊은 국악 연주자도 요즘에는 많다. 국악 팟캐스트, 국악 유튜브채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을 도모하는 이러한 시도는 관객을 기다리기보다 찾아가는 능동적인 예술가의 모습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규모 공연은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또 한편에서는 서양의 살롱 문화나 우리의 사랑방 문화처럼 작은 공연으로 대중과 더욱 가깝고 친밀하게 소통하며, 전통 방식의 국악을 연희하고 즐기는 문화가 일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늘 가까이 두고 접할 수 있는 국악 티비 채널·라디오 채널의 활성화도 필요한 때이다.
필자는 피리 연주가인데, 강연도 자주 한다. 국악을 쉽게 풀어 해설한 뒤 음악을 직접 들려드리면, 수강하신 분들의 이해도와 관심도가 나의 상상보다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문화에는 ‘우리’라는 독특한 개념(또는 심리)이 있다. 서양인은 이해하기 힘든 우리나라, 우리 엄마, 우리 아빠와 같은 표현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 전통음악 또한 같이 호흡하며 향유했던 문화이기에 현장에서 직접 접하며 함께 호흡하는 것이 참 좋다. 우리 음악이 어떤 것인지, 왜 우리 음악이라고 하는지 금세 알아채는 한국인의 DNA가 그 순간부터 발동하기 시작한다. 악기도 앉아서 연주하며 함께 호흡하고 즐겼던 사랑방 음악의 진가도 나타난다. 이런 특징을 가진 국악은 현대인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 편안한 정서적 휴식처가 될 수 있다. 시간을 두고, 각자 위치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누구나 쉽게 듣고 접할 수 있는 생활 국악이 더 많이 필요하다. 현대인의 삶과 함께하며 공감을 끌어내는 노력도 더 많이 필요하다. 그렇게 사랑방·풍류방 음악문화가 꽃피는 날을 상상해본다. 소리연구회 소리 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