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11시. 세계는 1분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이 열린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묵념했다. 6·25 전쟁 참전용사인 빈센트 커트니(Vincent Courtenay) 씨의 제안으로 2007년부터 시작된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이라는 행사다.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전사자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한편 전쟁의 아픔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용사들의 유해가 안장된 부산을 향한다고 한다.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 세계 평화와 자유라는 대의를 위해 생명을 바친 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이곳 부산에 또 다른 방식으로 역사를 기억하는 특별한 공간이 들어선다. 전쟁 후 폐허의 땅에서 일구어낸 기적의 경제성장, 그 한축을 담당했던 자본시장의 역사를 기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다. 우리 윗세대가 흘린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의 기억을 보다 더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다가올 밝은 미래를 그리게 될 부산 증권박물관이 다음 달 4일, 부산국제금융센터에 들어서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2004년 5월 경기도 고양시에 처음 증권박물관을 개관했다. 이는 스위스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이자 아시아 최초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난 3년간의 준비를 거쳐 이제 본사가 있는 부산에 두 번째 증권박물관을 개관한다. 부산 증권박물관은 한국예탁결제원이 15년간 증권박물관 운영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물 전시·관람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흥미로운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가 어우러진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을 목표로 운영될 예정이다.
지난 9월 16일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산증인인 종이증권이 전자증권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짐에 따라 종이증권의 보존과 역사 연구는 더욱 중요해졌다. 그래서 전자증권시대와 함께 문을 여는 부산 증권박물관은 종이증권이 단순히 오래되고 낡은 과거의 잔재가 아니라, 사료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전시 주안점을 두었다. ‘증권이 만든 세상’이라는 주제로 구성된 상설 전시관을 비롯해 전문박물관으로서 최신 설비를 갖춘 부산 증권박물관은 17세기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주권과 미국, 영국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증권을 전시한다.
또한 100년이 넘는 우리나라의 증권역사를 바탕으로 증권의 발행과 유통 전반을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특히, 한국전쟁 중 피란 수도였던 부산 광복동의 증권시장을 재현한 공간은 부산시민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가리라 생각된다.
부산 증권박물관은 전시 공간 외에 북카페 형태의 금융라이브러리와 강연장 등 복합문화 공간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서는 금융경제 서적의 자유로운 열람이 허용되며 정기적인 명사 경제특강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청소년을 포함한 시민의 금융 이해력(financial literacy) 제고와 함께 건전한 문화생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여성경제활동 촉진을 지원하기 위해 전시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이해를 돕는 전문안내인인 도슨트를 경력단절여성 중심으로 구성해 좋은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보탤 것이다.
우리는 지난 9월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한 단계 도약시킬, 증권의 디지털 혁신인 전자증권제도 시행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했다. 이제 다음 달 4일 다시 한번 금융중심지 부산의 문화적 깊이를 더하는 의미 있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금융중심지 부산, 그 중심인 문현 국제금융센터에 부산의 문화적 역량을 자랑할 증권박물관이 개관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예탁결제원의 증권박물관, 한국거래소의 자본시장역사박물관, 한국은행의 화폐전시관, 부산은행의 금융역사관 그리고 기술보증기금의 과학기술체험관이 함께 이어지는 한층 더 품격이 높아진 금융박물관 로드가 탄생되는 것이다. 미국 보스턴에 가면 독립운동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프리덤 트레일(Freedom Trail)이 있듯이.
그동안 증권박물관이 건립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지와 도움을 준 부산시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기다려준 시민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부산 증권박물관이 관람객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함께 발전하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보다 밝은 미래, 번영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를 학습하고 그를 바탕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자본시장에 관한 온고지신의 학습장으로 증권박물관만한 곳이 또 있을까?
다가오는 겨울방학 아이들의 손을 잡고 금융박물관 로드 나들이에 나서 보기를 강추드린다.
한국예탁결제원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