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경남지역 현안과 관련된 각종 법안이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용후핵연료에 지방세를 부과하자는 지방세법 개정안이나 원전안전정책의 지방분권화를 위한 원자력안전법 개정안,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과거사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지역민의 보건 복지 안전과 직결되는 법안들임에도 20대 정기국회 종료를 20여 일 앞둔 19일 현재까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사용후핵연료에서 세금을 걷어 지방 재정에 보태자는 논의는 부산 울산처럼 핵물질 위험에 상시 노출된 지역으로선 당연할 수밖에 없다.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해 원전 소재 지자체에 관련 정책 권한을 주자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구제가 시급하다는 말은 입버릇처럼 하면서 정작 입법 논의는 더디기만 하다. 물론 모든 법안이 다 통과돼야 하는 건 아니다. 의원 실적용으로 함량 미달인 법안도 많다. 그러나 원자력 안전, 공권력에 의한 피해 구제 등의 문제는 다르다. 법안이 미진하면 보완하고 입법이 불가능하면 설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이래서야 국회를 국민의 대의입법기구라 할 수 있나.
지역 현안만 그런 게 아니다. 여야 간 별다른 쟁점이 없는 민생경제법안 중에서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게 수두룩하다. 2016년 하반기부터 2만3000건이 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처리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법안처리율이 19대 42.8%, 18대 45.4%, 17대 52.1%, 16대 65.9%와 비교하면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결코 지나치지 않다.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며 사실상 국회의 모든 의사 일정을 마비시키고 있는 패스트트랙 상정 법안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거시적 담론을 놓고 싸울 땐 싸우더라도 미시적으로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기국회와 임시국회가 30회 가까이 열리는 동안 본회의 한 번 없이 폐회한 게 20대 국회에서 5번이다. 당연히 처리한 법안도 없다. 이래놓고 총선 시즌이 되면 지역에서 표를 구걸할 것이다. 붙으면 싸우는 동물국회, 거액의 세비는 받지만 일은 하지 않는 식물국회에선 300명도 많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