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의 유명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생후 닷새 된 아기를 학대해 의식불명에 빠지게 한 사건이 벌어져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학대당한 아기가 두개골 골절로 한 달째 사경을 헤매도록 만든 이른바 ‘아영이 사건’은 신생아실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그 적나라한 전모가 드러났다. CCTV는 간호사가 갓 태어난 아기를 한 손으로 거꾸로 들거나 아기 바구니에 집어 던지는 행위를 하는 장면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사고 당시 신생아실에는 이 아기 외 다른 신생아 4, 5명도 함께 있었다고 하는데, 신생아실을 비추는 CCTV의 영상에 녹화되지 않은 구간이 많아 병원 측의 의료사고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오로지 간호사에 관리를 맡겨놓은 신생아실 내에서 발생하는 아기 안전사고는 CCTV가 없으면 책임을 밝히기 어렵다. 그러나 신생아실의 CCTV 설치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 11월 현재 지역 신생아실 운영기관 29곳 중 CCTV 설치 기관은 9곳(31%)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아영이 사건’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당장은 신생아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 시급하다. 따라서 부산시가 보건복지부에 신생아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기관 신생아실 아동학대 관련 의료법 개정’을 건의한 것은 적절한 조처다. 개정안은 신생아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장이 의료진과 보호자에게 동의를 받으면 신생아실 내부에 CCTV를 달 수 있도록 했다. 촬영된 영상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의료분쟁 조정 목적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보건복지부도 시의 건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하지만 법 개정까지 갈 경우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에 긴 시간이 걸린다. 우선은 의료법 시행규칙상 시설기준에 CCTV 설치를 강제하면 보건복지부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니, 정부는 이른 시일 내 시행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