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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공 던지기와 같은 글쓰기 /이정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24 20:13:4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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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학위원회 세미나가 있는 날이다. 밤거리를 걷다 보니 코가 시리다. 공기가 차구나. 각 신문사 신춘문예 공모기간이 왔다는 뜻이다.

오늘은 작가가 되고 싶은 대학생들을 만나 신춘문예 도전을 위해 쓴 작품으로 합평회를 진행한다. 그들이 머릿속에 엮은 불덩어리를 어떻게 글자로 바꿔서 종이에 옮겨냈는지 읽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다. 종이에 새겨진 불덩어리가 눈에 선명히 보이면 다행인데, 다 타고 재만 남아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하면 글 쓴 사람은 눈물이 난다.

요즘은 등단제도를 통하지 않아도 작가가 될 방법은 많은데 신춘문예 열병을 앓는 사람이 아직 이렇게 많다. 합평회가 끝나면 쓴 사람이나 읽은 사람이나 대개 아쉽고 섭섭하다. 그래서 치킨집에 간다. 학생들이 내게 묻는다. 어떻게 작가가 됐느냐고. 나는 잠시 고민한다.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는 것과 작가가 되는 것은 같은 말 같지만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2006년 가을 구청에서 하던 공공근로를 그만두고 공무원시험 공부도 몰래 접었다. 식구들에게는 공무원시험 공부를 하러 간다며 ‘구남친 현남편 곰용 씨’의 플라스틱 노트북을 빌려 졸업한 학교 도서관에서 한 달 동안 소설을 썼다. 대학 3학년 때 첫 소설을 썼는데 그 재미가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서관 문학코너에서 소설을 찾아 읽으며 분량에 대한 감을 익히고 혼자 요령을 찾아가며 썼다. 힘들었지만, 꽤나 즐겼다. 좋은 선배들이 주변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써보라며 독려해주고 읽어주던 그 마음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요즘 들어 새삼 느낀다. 그즈음이면 학회실에 모여서 떡진 머리로 신춘문예 준비를 하던 선후배들의 열기도 좋았다. 무엇 하나 제대로 끝낸 경험이 없는 내가 ‘완결’지은 것이 생기다니 적성에 맞는 일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당신 소설이 당선됐다’는 전화를 받던 2006년 12월, 엄마는 만세를 외쳤고 곰용 씨는 대전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술잔치를 열어줬다. 여기까지 들으면 다들 ‘성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당선이 됐다고 바로 작가가 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들은 알까. 나는 아직도 글 쓰는 일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광안리 앞바다 이야기를 꺼낸다. 글을 쓰다가 막막해지면 나는 한밤의 광안리 백사장을 떠올린다. 백사장에 앉으면 앞에는 광안대교가 반짝거리고 있다. 그 광안대교는 거대한 네트로 보인다. 배구장, 테니스장의 것과 비슷한 네트. 내게 글 쓰는 일은 저 거대한 네트 너머로 공을 던지는 일과 같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닷물에 공을 던지다니, 막막하고 무모한 일이다. 네트 너머에서 누가 공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신이거나 외계인이거나 조업 중이던 어부거나 바다를 표류하는 ‘윌슨’이거나 누군가가 그 공을 받아주면 좋겠다는 간절함으로 글을 쓴다. 간절함을 담다 보니 글의 내용이 장황해진다. 그러니 그 글이 담긴 공은 무겁다.

공을 던졌으면 되돌아와야 경기가 되지 않겠는가. 이 무거운 공을 어떻게 던질까. 네트 너머의 사람이 받아칠 수 있을까. 받지 못하고 공에 맞아서 상처를 입으면 어쩌나. 공을 가볍게 만들 방법을 생각하고 받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둥글게, 둥글게, 꾸며야겠지. 글을 다시 들여다보며 고친다. 어떻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글을 읽을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없을 수도 있겠지만 짝사랑하는 마음으로 계속 생각한다. 그것만이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네트 너머로 공을 던지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되는 일은 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어렵다. ‘그래서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고 아무나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이야기의 끝에 이런 말을 던지면 앞자리 학생의 눈빛이 내게 말한다. ‘뭔 개소립니까. 취했습니까?’ 나는 깨닫는다. 또 공 던지기에 실패했구나. 네트 너머를 상상하기는 이렇게 어렵다. 실패해도 어쩔 수 없지. 계속 던지는 수밖에. 주야장천 건배나 외치는 수밖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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