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유니폼)의 역사는 길다. 고대 부족국가 때부터 생겨났다. 애초에는 계급과 신분의 표시였다. 우리 복식사에 나오는 관복 등이 본보기다. 학생복도 마찬가지다. 조선의 유생이나 생원은 ‘난삼’이란 걸 입었다. 초록 또는 검은 선을 두른 형태로, 다른 옷과 구분되었다. 이렇듯 제복은 강력한 조직과 집단의지의 표현이다. 나폴레옹시대의 소산인 서양식 교복이 그렇다. 평소 공부를 하다가 전쟁이 나면 그대로 나가 싸울 수 있도록 군복 같은 제복을 입혔다는 얘기다.
국내 은행 여직원의 근무복은 세월과 유행에 따라 바뀌어 왔다. 1950년대에는 마치 약제사 ‘가운’과 비슷하게 긴 코트 모양이었다. 별 볼품은 없었지만, 옷을 먼지와 더러움에서 가려주는 실용성 측면에서는 뛰어났다고 한다. 이후 가운의 길이가 점차 짧아지면서 1960년대에는 각자 스커트를 입고 상의만 유니폼을 착용토록 규정됐다. 여기에 미적 요소가 더해진 것은 1970년대 들어서다. 종래 흰색과 하늘색·감색 일변도였던 색깔이 총천연색으로 변했고, 디자인도 다양하고 세련되었다.
1990년대에는 근무복에 개성화 바람이 불었다. ‘흰색 블라우스에 감색 치마’라는 고전적 공식이 깨진 데다 색상과 무늬,디자인이 더 화사해진 것이다. 이는 유니폼을 기업 이미지 차별화 등의 중요 도구로 생각한 요인이 컸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이건희 회장이 “좋은 옷을 입어야 좋은 사고를 한다”며 직원 유니폼 교체를 지시하자 당대 최고 디자이너에게 제작을 맡기는 보기 드문 풍경도 벌어졌다.
BNK 부산은행이 창립 52년 만에 여직원 유니폼을 없앤다는 소식이다. 이 은행 노조의 남녀 직원 설문조사에서 56%가 찬성함에 따라 사측과 협의해 내년 상반기까지 자율복으로 완전히 전환한다는 것이다. 유니폼 유지를 원한 이들은 자율복에 따른 옷 구입비 및 시간 부담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유니폼이 편리함보다 획일적 조직문화의 상징이고 직급 낮은 여직원의 전유물로 여겨져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근래 은행권에서 유니폼 폐지 여부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찬반이 팽팽하게 엇갈린다. 그렇다 보니 일부 은행은 폐지를 결정했고, 일부 은행에서는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는 판정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본질은 결국 남녀 및 직급 차별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일이어서다. 다시 말해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핵심적인 요소다. 유니폼 문제도 그 연장선에서 봐야 할 듯하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