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스산한 겨울이 다가옴을 느낀다. 계절 변화 따위는 느끼지 못할 꽉 막힌 진료실에서는 뜻밖의 현상에서 겨울이 왔음을 알게 된다. 비뇨의학과에서는 일단 환자 수가 늘어난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것도 주로 “소변이 급해요” “소변을 자주 보고 싶어요” “소변이 잘 안 나와요”이다. 심지어 소변을 못 봐 새벽에 응급실로 오는 환자도 늘어난다. 병은 일단 생기면 늘 비슷한 증상을 보일 듯하지만, 온도와 햇빛 노출 등 계절 변화와 밀접한 질환이 있다. 대표적인 ‘겨울 질환’으로 알려진 것은 심근경색, 협심증, 전립선비대증, 과민성방광이다.
과민성방광은 방광에 소변이 조금만 차도 방광이 제멋대로 수축해 소변을 참지 못하거나 자주 마렵고 심하면 소변이 새는 증상이다. 과민성방광 환자는 수시로 화장실을 찾아 불편한데도 병인지 모르고 그냥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려니 하다 계속 심해지고, 특히 겨울철 기온이 낮아지면 방광이 수축하고 땀으로 배설되는 수분 손실도 적어지면서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처음 찾는 경우가 많다. 실제 12월·1월 과민성방광 초진 환자가 여름보다 많다는 보고가 있다. 증상도 더 심하다. 배뇨 횟수도 더 많고 절박뇨를 느끼며 소변을 지리는 절박성 요실금 횟수도 증가한다. 빈뇨, 급박뇨, 절박성 요실금으로 곗돈 실컷 내고 여행도 못 가고 가족 여행도 포기한다는 하소연도 한다.
전립선비대증에 따른 배뇨장애도 추운 날씨에 심하다. 체온이 낮아지면서 전립선의 요도괄약근과 방광이 수축하고, 증상이 악화된다. 전립선이 예민해진 추운 날씨에 연말연시 과도한 음주를 더하면 소변이 마렵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안 나오는 ‘급성요폐’로 응급실을 찾게 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기도 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방광 근육이 약해져 소변을 아예 못 보게 될 수 있다. 대한비뇨기과학재단 연구에 따르면 일교차가 크면 전립선비대증 증상이 악화돼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교차가 14도를 넘어섰을 때 하루 평균 응급실을 방문한 전립선비대증 환자 비율이 일교차 4도 이하인 날보다 약 37% 높았다. 도뇨관 삽입 환자 비율도 일교차가 14도 초과 때 4도 이하 대비해 약 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교차가 크면 전립선이 압박한 요도가 제대로 이완되지 못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립선비대증을 앓고 있다면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급성요폐 예방을 위해 커피 녹차 등 이뇨작용을 촉진해 소변량을 늘리는 음료와 술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항히스타민과 에페드린 성분이 있는 감기약도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항히스타민은 콧물감기약, 에페드린은 기침감기약에 각각 쓰이는 성분으로 방광 수축을 억제해 요폐를 유발할 수 있다. 요폐의 근본적 예방을 위해서는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해야 한다.
방광염은 환절기에 면역력이 떨어진 여성에게 자주 발생한다. 세균이 요도를 통해 방광에 침입해 발생한 감염으로 생기는 배뇨장애 질환으로, 여성은 요도가 짧고 요도와 항문 거리가 가까워 세균이 쉽게 침입할 수 있는 신체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서 급성방광염을 만성화하도록 방치할 경우 방광의 정상적 기능을 조절하는 방광신경과 척추에 있는 배뇨신경에 병변이 생겨 만성적 배뇨장애 및 방광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운 겨울에는 전립선비대증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전립선 관리, 배뇨 관리를 잘해야 한다. 카페인 음료와 자극적 음식을 줄이며 오래 앉아 있지 말고, 찬 바닥에 앉을 땐 뭔가 깔고 앉는 등 주의해야 한다. 외출 때는 심한 기온 차에 갑자기 노출되지 않도록 방한에 신경 쓴다. 특히 하복부가 따뜻할수록 좋다. 감기약 복용 때는 전립선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 있는지 주의한다. 잠자기 전 수분 섭취는 줄이고, 니코틴 성분이 특히 방광에 안 좋으니 금연은 기본, 절주도 필요하다. 송년회, 신년회, 각종 모임에서 밤새 마시고 새벽에 응급실 가는 일이 없으시길 바란다.
부산의료원 비뇨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