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옴부즈맨 칼럼] 관행을 불온하게 대하기 /배현정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26 19:17:51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겨울, 새해를 타지에서 기념하기 위해 중국으로 여행을 갔다. 점심때가 돼, 숙소 주변에 있는 현지 식당을 들렀다. 이 식당은 상하이 한복판에 있어 많은 여행객이 들르는 곳이었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살펴보니 읽을 수 있는 글이 없었다. 모든 메뉴 설명이 중국어였고, 영어로 된 설명조차 없었다. 한국어로 번역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쓰기에는 회전율이 좋은 식당이었기에 무리였다. 결국 불친절한 메뉴판 탓에, 이름 모를 음식들만 잔뜩 먹고 더부룩하게 식당을 나왔다.

그 식당에서 필자는 메뉴판을 못 읽었기에, 문맹이었거나 시각장애인이나 다름없었다. 다시 생각해봤다. 한국 식당에서 시각장애인은 스스로 메뉴를 고를 수 있을까. 음성 안내나 점자가 없는 메뉴판만 있다면, 곁에 지인이 없다면, 음식을 시킬 수 없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시각장애인이 식당에서 불편과 무안을 느꼈을까. 다수가 누리는 당연함이 누군가에겐 차별이 돼 비수로 돌아갈 수 있다.

‘나’이므로 자연스럽게 누리는 권리가 있다. ‘나’여서 인정받고 차별받지 않았기에, 지금의 명예와 권력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특권을 감사하게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지닌 권리는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일까. 이러한 무지에서 비롯된 차별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예로, 한국에 이주민 비율이 높아짐과 동시에 이주민을 향한 비난과 원망도 높아졌다. 이 사례에서 특권층은 한국인이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주민을 배척하고 원망하며, 탈한국하도록 만든다. 이는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인이니까 자국에서 당연히 일자리를 얻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다른 인종이 혐오 대상이 되는 건 정말 순식간이다. 그렇다면 기사로 현재를 말하는 매체인 국제신문도 어떤 이에게 차별주의자일까.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올해까지 1년을 기준으로 하여, 온라인 국제신문에서 특정 단어를 검색해봤다. 첫 번째로 ‘여직원’을 검색하니 34건의 기사가 나왔다. 그중 최신 기사인 ‘돼지열병·농사일·AI 방역 동원…김해 공무원들 ‘삼중고’ 몸살’에서 직원을 언급할 때 여자라고 성별을 따로 지칭했다. 김해시 공무원의 업무가 과도하게 많아지면서 새벽 근무에 여직원도 제외가 없다는 문장과 취재원 멘트를 인용할 때 여직원 단어가 사용됐다. 이 기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관련 근무로 고충을 겪는 김해시 공무원의 근무 현장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업무의 고충을 강조할 때, 직원 성별을 지칭할 필요는 없다. 이외에도 성추행과 성범죄를 다룬 기사에서도 여직원이라는 표기가 많았으며 ‘남녀’ 단어를 적은 기사도 580건 발견됐다.

기사에서 쓰는 단어와 대상을 규정짓는 프레임을 통해 차별적 표현이 남용될 수 있다. 이를 타파하고자 많은 언론사가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성별 표기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해 표기하는 관행을 버리고, 필요할 때는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남성이 표준임을 보여주는 지금까지 표기 관행이 고정관념을 고착화하는 것임을 인정했다. 일간지 ‘한겨레’는 올해 초 디지털팀 산하에 젠더팀을 개편했다. 젠더 이슈를 다루는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포부로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람은 여러 사실 중 본인 생각에 들어맞는 사실을 선별한다. 이는 곧 본인의 지식체계에 들어가 자명한 진실이 된다. 이런 과정에서 언론은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언론이 관행처럼 사용해 온 표현이 누적되고 남용되면 누군가에겐 진실이 된다. 이는 어떤 이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세상을 바라보는 창에 편견을 만드는 행위일 수 있다. 필자는 성차별적 보도 사례를 언급했지만, 실제로 인종 지역 등 귀속 지위 외에도 많은 요인에 따른 편견이 존재한다. 글로 세상을 보여주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언론에 있듯, 앞으로 국제신문도 지역지로서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한 자기반성과 점검이 필요하다.

부대신문 편집국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4. 4‘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5. 5“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8. 8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9. 9[근교산&그너머] <1480> 창원 무학산 둘레길 2코스
  10. 10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6. 6이 대통령 "김지용 후보자, 검사 출신 이유로 배제하면 중수청 망쳐"
  7. 7李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 후보 논란에 “박은정·이성윤도 檢 출신”
  8. 8트럼프 알래스카 투자 깜짝 발표, 與 "확정된 것 아냐"
  9. 9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10. 10“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5. 5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6. 6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0. 10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4. 4[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6. 6“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7. 7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8. 8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9. 9“비영리법인 설립, 법 기준 세워야”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5. 5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6. 6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7. 7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8. 8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9. 9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10. 10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AI 패권
병역 혜택, 야구는 빼자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지휘부도 인력도 없이 졸속 출범하는 공소청·중수청
정부, 지뢰 도발에 단호하고 강력한 상응조치 취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