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간행하는 출판 전문잡지 ‘기획회의’ 최근호가 ‘2019 출판계 키워드 30’을 선정해 발표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첫 번째 키워드로 꼽힌 것은 뜻밖에도 ‘주류가 된 장르’였다. 순수문학 시장이 침체하고 장르문학이 뜨고 있다는 것이다. 장르문학은 추리, 무협, 판타지, SF 등 특정한 경향이 있는 문학을 말한다. 웹 소설과 장르적 요소를 버무린 형식의 작품까지 장르문학이 크게 성장했고, ‘장르문학 산책’(소명출판) ‘비주류 선언’(요다) 등 장르 비평서도 잇따라 출간됐다. 신춘문예에 응모한 작품들에서도 장르 소설의 진출이 눈에 띈다. 아예 장르 문학만 취급하는 공모전, 문학상도 생겨나고 있다.
장르문학의 인기 요인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웹소설과 스마트폰의 등장이라는 외부·기술적 요인이다. 국내 장르문학의 성공사례 중 하나는 2007년부터 웹 소설 사이트에 연재된 판타지 소설 ‘달빛 조각사’다. 종이책으로도 출간된 ‘달빛조각사’는 올해 누적 판매 부수 600만 부를 넘겼고, 모바일 게임으로도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상업성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작품성은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 하위장르였던 웹소설은 다양한 플랫폼과 결합해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게임으로도 만들어지면서 지식재산권 가치 또한 상승하고 있다. 접근이 쉽고 읽기 편한 소설을 찾는 요즘 독자들의 욕구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출판뿐 아니라 대부분의 콘텐츠 산업은 점차 플랫폼 비즈니스로 변모하고 있다. 올해 출판계의 키워드로 ‘오디오북’ ‘구독경제’ ‘유튜브’ 등이 거론되는 것도 향후 출판산업에서 새로운 시장 플랫폼이 갖는 중요성을 방증한다. 출판 선진국들에서 충분히 검증된 오디오북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밀리의 서재’를 비롯해 ‘리디북스’ ‘예스24’등의 온라인 서점은 무제한 월 정액제 대여 서비스를 시작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지금은 셀 수 없이 많은 ‘북튜버’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순수 문학도 이제는 점점 더 모바일에서 읽히리라 예측한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장르 소설의 성장은 한국 문학의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2020년 새해에는 독자는 물론이고 작가 출판사 서점에 어떤 기회가 열릴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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