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인적 교체보다 절실한 정치 교체 /구시영

역대 총선 물갈이 불구 후진적 국회·정당 여전, 사람만 바꿔서는 난망

요체는 구조·제도 개혁, 의원 특권 폐지도 필요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정당에 인적 쇄신 경쟁이 뜨겁다. 누가 더 많은 현역 의원을 교체하고, 더 참신한 방법으로 공천하느냐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만 해도 파격적 안을 내놨다. 즉 비례대표 후보를 국민심사단이 뽑도록 하고, 현역은 평가를 통해 하위 20%에 감점을 준다는 거다. 이에 질세라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강력한 카드를 꺼냈다. 지역구 의원 3분의 1 이상 ‘컷오프’를 포함해 현역을 절반 넘게 바꾼다는 방침이다.

알다시피 우리 정치권에서 물갈이나 세대교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역대 총선 때마다 숱하게 봐 왔다. 그야말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한 구호이자 메뉴였다. 그런 과정에서 여야 간 공방과 내부 논란도 다반사로 벌어졌다.

김영삼(YS) 대통령 시절인 1995년의 일이다. 그 이듬해 15대 총선을 앞두고 YS의 정치권 세대교체 발언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당시 야권의 김대중(DJ) 아·태재단 이사장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세대교체론은 박정희 군부가 민주인사를 매장시키기 위해 만든 논리이고, YS도 인위적 세대교체에 반대해 놓고 이제 와서 식언을 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랬던 DJ도 자신의 집권기인 1999년 ‘젊은 피 수혈론’을 내세워 정치권을 들끓게 만들었다. 그와 관련해 여권에서는 당장 다음해 총선의 물갈이 리스트까지 나돌았으니 알 만하다.

이렇듯 물갈이는 여야 지도층이 권력과 입지 강화에 활용한 면이 짙었다. YS의 신한국당은 15대 총선 때 재야인사 영입으로 원내 1당을 지켰고, DJ의 새천년민주당은 16대 때 ‘386운동권’을 대거 발탁함으로써 제1 야당에 올랐다. 두 총선 결과, 후보 물갈이에 따른 전체 초선(初選) 비율이 각각 46, 41%였다는 점에서 실감이 난다. 그 이후로도 총선 때마다 물갈이가 이뤄졌고, 초선 당선은 매번 40%를 웃돌았다. 심지어 2004년 17대 국회에서는 10명 중 6명이 초선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총선 물갈이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그토록 국회의원이 교체됐음에도 한국 정치는 나아지기는커녕 후진적 수준을 면치 못하는 꼴이다. 2012년 19대 국회는 절반 가까운 물갈이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악이란 평을 들었다. 더욱이 선거법 위반이나 각종 비리 연루로 22명이 의원직을 잃었고, 거듭된 국회 공전과 파행 속에 법안 처리율이 36.8%에 그쳤다. 현재 20대 국회는 그보다도 훨씬 뒤떨어지고, ‘동물·식물 국회’에다 협치 실종으로 더 최악이란 오명이 붙었다.

결국 요체는 정치의 구조·제도적 개혁이다. 단순히 사람만 ‘몇 퍼센트’ 바꾼다고 해서 별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인적 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정당과 국회 운영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정치가 올바로 작동할 수 있을 터다. 처음에는 소신 발언을 하고 괜찮은 평가를 받던 인물도 국회에 가서는 당론이나 진영논리에 묻히는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인위적 쇄신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또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으려고 중앙당에 무조건 복종하거나 특권을 누리며 기득권 정치와 결탁하는 행태가 지속되는 한, 물갈이는 체질 변화 없는 상투적인 화장술로 비친다.

그런 맥락에서 내년 총선의 핵심 이슈이자 평가 잣대는 정치·정당개혁이 되어야 마땅하다. 이는 우리의 정치질서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여야가 진정 이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면 좋겠다. 이른바 셀프(급여인상·해외출장·징계심사) 금지 3법이 발의됐지만, 그것만으로는 턱도 없다. 우선 국회의원 특권을 획기적으로 없애야 그마나 국민신뢰를 조금이라도 더 받지 싶다. 의원실 한 곳에 들이는 예산만도 연간 7억3200만여 원에 이른다. 세비 좀 깎는다고 될 게 아니다. 선거제 개편만 해도 이럴 바에는 다음부터 아예 외부기관에 맡기는 게 낫다. 정치권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밥그릇 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아울러 자치단체장의 세 번 연임 금지처럼 국회의원도 선수(選數)를 일정하게 제한하는 걸 전향적으로 추진해 볼 만하다. 여론의 찬성도가 높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해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른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이 되지 않겠나.

어느 학자의 지적과 같이 요즈음 우리 정치판은 조선 시대 극성을 부렸던 붕당정치를 떠올리게 한다. 정쟁과 진영논리로 갈라져서 사생결단식 대결이 판을 친다. 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이 전개되어도 시원찮을텐데 거의 막힌 형국이다. 하기야 한국사회에 정치 혐오와 국회 불신이 만연한 지도 오래됐다. 곧 2020년이 되는데,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정치권이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아무래도 뼈를 깎는 자기 개혁의 길밖에 없다.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4. 4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5. 5‘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6. 6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7. 7헤어질 시간…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 구조작전 시작
  8. 8“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9. 9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10. 10경로당 어르신·어린이집 아동들 “홀몸 어르신 고소한 전 드세요”
  1. 1“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2. 2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3. 3“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4. 4李 지지율 2주째 상승 37.9%…양당 지지도 오차범위 접전
  5. 5여야 만난 강신철 국방부 장관 “北 지뢰 확인 땐 상응 조치…은폐 없다”(종합)
  6. 66·3 지방선거 신규당선자 평균재산 13.5억…광역단체장 중 김상욱 50억 최다
  7. 7靑 “DMZ 지뢰사고 현장조사 순전히 군사적 판단…李대통령 유엔 연설 무관”
  8. 8[뭐라노]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
  9. 9부산시 ‘도시계획’ 조직개편 여파…시의회 상임위 간 신경전
  10. 10靑 재제청 요구 거부 조희대 “국감서 밝히겠다”(종합)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3. 3안주고 덜준 보험금, 5년간 1000건 육박
  4. 4HJ중공업 조선업계 첫 올해 임단협 타결
  5. 5기장 일대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본격 활용 가능해져
  6. 6경영난 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인가
  7. 7구멍 뚫린 실업급여…3차례 이상 반복수급 11만명에 6000억 지급
  8. 8올해 2분기 부산 경제 2.3% 증가…'12% 급증' 충북의 5분의 1
  9. 9빚 갚으려고 또 빚…카드론 대환 23%↑
  10. 10부산 유주택 신혼 반토막…‘6억 초과’ 보유는 2.5배 급증(종합)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4. 4‘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5. 5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6. 6헤어질 시간…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 구조작전 시작
  7. 7“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8. 8약사 면허 빌려 28억 부당이득…환수 거부에 法 “토해내라” 쐐기
  9. 9공소시효 이틀 앞두고 세금 포탈 업자 송치…검·경 합동수사 빛 발해
  10. 10'국민의힘 397억 반환' 걸린 尹 선거법 2심 오늘 마무리
  1. 1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2. 2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3. 3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4. 4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5. 5이소희·백하나 배드민턴 女 복식 24년 만에 금빛 스매시
  6. 6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7. 7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8. 8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9. 9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10. 10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AI 설계 어선
부캉이가 띄운 북항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법과 원칙 외면한 시유재산 관리, 책임 물어야 한다
금고 선정, 금리 경쟁 넘어 지역자금 선순환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북항 찾은 상어 ‘부캉이’와 잊힌 갈매기 ‘부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