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할리베이’는 펭귄 천국으로 불렸다. 수많은 펭귄이 사는 서식지여서다. 펭귄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크고 무거운 황제펭귄에게는 두 번째로 큰 보금자리였다. 그런데 올해 영국의 남극자연환경연구소는 암울한 보고서를 내놨다. 할리베이가 지난 3년간 거의 황폐화했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2016년 이후부터 이곳에서 알을 낳는 황제펭귄이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역시 지구온난화에 따른 엘니뇨 영향으로, 해빙(海氷)이 대거 녹고 깨졌기 때문이다.
그 외 남극의 펭귄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건 지구 환경오염이다. 무엇보다 남극에 국제기준치를 초과한 산성비가 내리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현지 과학연구기지 시설물에 심각한 부식현상이 나타난 게 단적인 사례다. 이는 남미와 아시아·태평양권 지역 등의 오염물질이 남극으로 확산된 결과다. 남극을 찾는 관광객 등의 수가 점점 늘면서 각종 세균이 옮겨지는 것도 큰 문제로 꼽힌다. 질병에 걸린 펭귄의 배설물에서 살모넬라균 같은 병원성 세균이 발견된 사실은 벌써 알려졌다.
이런 데다 남극 여행 수요가 더 증가할 조짐이니 우려스럽다. 요즘 귀하신 몸인 펭귄 캐릭터 ‘펭수’의 영향이다. 즉, 남극행 항공권 검색량이 지난해보다 3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더욱이 남극 항로의 기점인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공항행 항공권에 대한 검색량은 펭수의 인기가 시작된 지난 9월부터 지난달까지 227% 급증했다고 여행업계는 전한다. 펭수 효과가 실제 남극 여행으로까지 퍼지는 모습이니 놀라울 따름이다.
남극을 한 번 가는 데 드는 비용은 1000만 원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가려면, 비행기를 최소 두 번 갈아타야 한다. 일 년 중 갈 수 있는 기간도 4개월 정도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올여름까지 남극 방문인원이 세계적으로 5만6000여 명에 이른다는 소식이다. 특히 중국 부유층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같은 기간 중국인 관광객 수가 8000여 명을 기록해 3년 전보다 배 넘게 늘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다.
지금의 기후변화와 바다얼음 파괴 추세가 지속되어서는 금세기 말 남극의 펭귄 개체 수가 50~70% 감소할 거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지난 60년 동안 해마다 1만5000~2만4000쌍의 황제펭귄이 모여 알을 부화해온 할리베이 서식지는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 펭귄이 없는 남극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펭수가 아무리 인기를 모은다고 해도, 남극과 펭귄이 살아야 그 존재가치가 더 빛나지 않을까 싶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