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황교안 단식이 남긴 것

뜬금없는 시도 평가 불구, 내부 단속 성공했더라도 요구사항 달라진 건 없어

엉뚱한 자신감 오판 불러…강경 일변도 땐 되레 역풍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8일간의 단식을 끝내고 어제 당무에 복귀했다. 단식 중단은 요구사항이 관철돼서가 아니라 급속한 건강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를 두고 고작 8일이냐는 비아냥과 겨울 한파 속에 그나마 오래 버텼다는 등의 뒷말이 나왔다. 그러나 단식 중단 연유와 기간이 뭐 대수겠나. 호사가들이야 다른 정치인의 단식과 비교하며 이런저런 말들을 하겠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목숨을 건 결단이니 함부로 입을 댈 일은 아니다. 어찌 됐든 제1 야당 대표의 단식은 끝났고, 이제 그의 결행이 남긴 결과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사실 황 대표의 단식 발표는 그야말로 뜬금없었다. 지소미아 파기 철회, 연동형 비례대표제 저지, 공수처법 철회 등 3가지 요구사항이 절박하긴 했을 터이다. 하지만 주변 인사들조차 예상 못 한 그의 결행에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대놓고 조롱하는 듯한 여당의 반응이야 당연하다고 치자. 한국당 내부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코웃음 칠 것”이라고 했다. 단식이 자해행위이며 애가 떼 쓸 때나 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왔다. 시기도 좋지 않았다. 김세연 한국당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며 당의 쇄신을 요구한 직후였다. 당내 분란에 지도력이 흔들리자 이를 돌파하려는 승부수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은 이유다.

‘정치 초보’의 무리수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그는 ‘정치 초보’답게 고지식한 모습을 보였다. 몰아치는 한파에도 텐트 안에 전열기 등 난방시설도 들이지 못하게 하는 등 단호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런 강한 뜻 때문인지, 정치적 예의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가 머무는 텐트에는 여야 정치인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각당 대표는 물론, 황 대표를 비난했던 홍 전 대표도 그를 찾았다. 그를 조롱했던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 또한 시간이 흐르자 단식 투쟁 선택이 옳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8일이 길든 짧든, 시간은 황 대표 편이었다. 아무리 못마땅해도 제1 야당 대표의 단식에 여당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큰 소득은 당내 분란을 일거에 잠재웠다는 점이다.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비롯한 당 안팎의 인적 쇄신 요구는 쑥 들어가버렸다. 친박 비박 간 다툼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우리 모두가 황교안’이라며 결사항전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 대표로서는 별로 나쁘지 않은 손익계산서다.

목숨을 건 단식을 놓고 손익계산서 운운하는 게 야박하게 들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제1 야당 대표가 생명을 담보로 한 투쟁에서 득실을 따지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그게 무리수인지, 승부수인지는 결과가 말해줄 뿐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선택이 일단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그게 내부 단속용일 뿐이라는 게 한계다. 그가 내걸었던 3가지 요구사항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인 지소미아 파기 철회가 받아들여졌으나, 이는 그의 단식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 관련 요구는 전혀 진척이 없고 더 꼬여만 가고 있다.

비록 내부 단속용이긴 해도 나름의 성과를 거둔 만큼 이제 황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흔들리는 당내 지도력을 굳건히 했으니 한층 자신감을 가졌을 법하다. 문제는 이런 자신감이 어디로 향하느냐 여부다. 무리수라는 비판에도 삭발과 단식 등 잇단 강경 투쟁이 먹혀들었다고 판단했다면, 그가 갈 길은 단 하나밖에 없다. 더 강한 대정부 투쟁이다.

그 조짐은 벌써 나타났다.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199개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전격 신청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법안 저지를 위해 예상 밖의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정국은 시계 제로 상태로 빠져버렸다.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는 물론 아예 정기국회 자체를 마비시킨다는 들끓는 비난에도 오불관언이다. 오직 패스트트랙 저지만을 위해 강경 투쟁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당무에 복귀한 황 대표로서는 일사불란한 이런 당의 투쟁이 만족스러울 듯하다. 단식이 사분오열된 당의 단합을 이끄는 지렛대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효과일 뿐이다. 자칫 자신의 선택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그의 단식이 남긴 게 이것이라면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다. 잠시 대표의 지도력이 강화됐다고는 하나, 당내 갈등은 수면 아래 잠자고 있을 뿐이다. 인적 쇄신과 보수통합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엉뚱한 자신감은 오판을 부르고 이는 역풍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불행하게도 단식 이후 황 대표는 그 길로 가고 있다. ‘우리 모두가 황교안’이라는 당 일부 목소리에 황 대표가 현혹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6. 6“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7. 7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8. 8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9. 9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10. 10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5. 5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6. 6[2026 국감 브리핑] 박홍배 “국회부산도서관 지역서점 구매 0.3%”…제도 개선 필요
  7. 7‘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8. 8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9. 9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10. 10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1. 1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2. 2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의료AI 신기술 총망라 ‘키메스 부산’ 23일 개막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5. 5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8. 8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교육이라는 희망
주당 ‘13.7시간’ 고용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참여사 이탈 우려…공사비 현실화 시급하다
지방우대지수 지역 현실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