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겨울이 오면 우리 동요 ‘겨울나무’가 더 좋아지는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나이 들수록 2절 가사는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다들 기억하실 것이다.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자리 /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 꽃 피던 봄 여름 생각하면서 / 나무는 휘바람만 불고 있구나.’
 |
|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 숲. |
곧은 절개를 품고 자연법칙에 따라 거짓 없이 살아가는 나무에게서 삶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기 때문일까?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남김없이 떠나보내고 홀로 서 있는 겨울나무의 자태가 마치 청춘을 보내고 인생의 겨울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처럼 외로워 보여서일까?
2019년도 이제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모두 다양한 모습으로 각자 다른 색깔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다들 한결같이 참으로 열심히 살아온 한 해가 아니었던가. 올 한 해도 돌아보면 잘한 일보다 후회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때로 본의 아니게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또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지나왔지만 이제 우리 마음을 열고 아름다운 음악이 되고 작은 그림이 되고 시(詩)가 되어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
연말연시와 크리스마스 시즌인 요즈음 백화점·교회·상점의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이 넘쳐나지만, 정작 마음에 평화와 위안을 주는 곳은 드문 것 같다.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듯 요란하기만 한 캐럴이 저무는 대지(大地)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하고, 숭고한 종교적 관념과 아름다운 예술 장르마저도 일부 부유층의 노리개가 되어 지적(知的) 과시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나라 교역량이 세계 상위 10위 안에 든 지도 벌써 오래고 국가 위상도 높아졌지만, 국민 행복지수는 하위권에 머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인당 국민소득이 몇 만 달러를 돌파한다거나, 그 어떤 정치적이고 거창한 명분 같은 것이 아니다. 화려한 꽃 뒤에 숨은 작은 풀꽃에도 눈길을 주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 응달에서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사랑과 관심, 이런 작은 마음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다.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동요 ‘겨울나무’가 그리워지고 첼리스트 박경숙이 연주하는 러시아 민요 ‘나 홀로 길을 가네’는 가슴을 저미는데….
필하모니 대표·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