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열린책들)에 다음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소크라테스를 찾아와 말했다. “이보게! 내가 자네 친구에 대해 조금 전 어떤 얘기를 들었는데 말이야….”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그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잠깐만! 내게 그 이야기를 해주기 전에 우선 시험 세 개를 통과했으면 좋겠네. 세 개의 체라는 시험일세.” “세개의 체?”
“나는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전에 우선 사람들이 말할 내용을 걸러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네. 내가 ‘세 개의 체’라고 부르는 시험을 통해서지. 첫 번째 체는 진실의 체일세. 자네가 내게 전해줄 내용이 진실인지 확인했는가?” “아니, 그냥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었을 뿐이야.” “좋아, 그럼 자네는 그 얘기가 진실인지 모른다는 말이군. 그럼 두 번째 체를 사용하여 다른 식으로 걸러 보세. 이번에는 선(善)의 체일세. 자네가 내 친구에 대해 알려 줄 내용이 좋은 것인가?” “천만에! 그 반대야.” “그럼 자네는 내 친구에 대해 나쁜 것을 얘기해 주려 하고 있군.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확실히 모르면서 말이야. 자, 이제 마지막 시험, 즉 유용성의 체가 남아 있네. 사람들이 내 친구가 했다고 주장하는 그것을 내게 말하는 것이 유익한 일인가?” “뭐,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자네가 내게 알려 주려는 이야기가 진실도 아니고, 선하지도 않고, 유익하지도 않은 것이라면 왜 굳이 그걸 말하려고 하는가?”
이 얘기는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하고자 할 때 교훈으로 삼아야 할 중요한 자세를 말해준다. 우리는 말의 긍정적인 힘뿐 아니라 부정적인 힘에 대해서도 잘 안다. 인간관계의 손상은 대부분 말로 인한 상처에서 기인한다. 직장인이 겪는 어려움 1위는 업무가 아니라 인간관계라고 한다. 한 사람에 대한 왜곡된 평가와 소문이 비수가 되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당사자를 해친다. 심한 경우 직장을 그만두거나 자살에 이르게도 한다. 이런 현상은 직장뿐 아니라 학교, 연예계 등 사회 전체에서 문제가 된다. 최근 연예인의 잇단 죽음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생각된다. 2019년 한 해에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상처받고 쓰러져 갔는가?
성경 야고보서에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우리가 다 실수가 많으니 만일 말에 실수가 없는 자라면 곧 온전한 사람이라. 능히 온몸도 굴레 씌우리라.”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생략)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 말과 혀를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 깨우쳐 주는 말씀이다. 특히 다른 사람에 대한 말을 전할 때 자기 혀에 파수꾼을 세워 신중해야 한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익명성을 무기로 한 잔혹한 글이 자신과 타인을 무참히 불사르고 있다. 진실하고 선하며 유익한 말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크라테스의 ‘세 개의 체’ 교훈은 비단 사람 관계뿐 아니라 언론이 취해야 할 자세도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진실하지 못한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시대이다.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대중은 혼란스러워한다. 경쟁 속에서 날마다 신속하게 보도해야 하는 신문의 특성상 제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기사가 급하게 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신속성이 정확성을 이겨서는 안 된다. 신문은 정확하고 진실한 뉴스 전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독자들 또한 소크라테스가 말한 ‘진실, 선, 유익의 체’를 가지고 기사를 걸러낼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지금은 언론과 독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우리 사회를 힘들게 하고 인간관계를 어렵게 했던 수많은 일이 있었다. 2020년은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할 수 있을까? 국제신문이 앞장서 진실하고 유익한 기사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내년에는 선거가 있어 언론 역할이 중요하다. 독자가 국제신문을 통해 진실하고 유익한 뉴스를 접한다면, 훌륭한 지역 일꾼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신문이 진실한 뉴스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어 신뢰받는 언론사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