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9년 전 부산 검찰을 취재할 때의 일이다. 검찰청을 출입하면서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사건·사고에 휘말리거나 고소·고발전의 당사자가 돼 검찰을 드나드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신문 지면을 큼지막하게 장식하는 이른바 특수수사뿐만 아니라 형사부에서 처리하는 일반 고소·고발 사건도 모두 검찰에서 종결 처리되기 때문이다.
형사 사건 관계인이 검찰 담당 기자를 찾아오는 일도 많다. 주로 자신이 연루된 특정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본인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 안 돼 억울하다는 내용이다. 아무래도 일방적 주장이다 보니 그대로 믿을 수도 없고, 일부는 터무니없는 얘기도 있다.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언론에 호소하기 위해 찾아왔을 마음을 생각해 가능하면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들 사건 관계인들의 제보 가운데는 꽤 공감 가는 내용도 간혹 있었다. 잘만 하면 그럴듯한 ‘물건(기사를 의미)’이 될 만한 것이다. 이럴 땐 지체 없이 담당 부장검사를 찾아가 민원인의 주장을 전하고, 진위 확인에 나섰다.
당시에도 평검사 방에 기자가 출입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었다. 그렇다고 기억에 남을 만한 성과를 올린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사소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무 자르듯 단순하게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담당 부장검사의 녹음기와 같은 답변을 들으면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다. 부장검사의 답변은 이렇다. “저희가 법률 전문가 아닙니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는 사안이니 처리 결과를 지켜봐 주시죠.” 그리고 수사 중인 사안이고 개인 정보와도 관련돼 사건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도 이어진다.
매번 그런 식이지만 비슷한 일이 있을 때마다 담당 부장검사 방을 들락거렸다. 어떤 때는 동일한 질문을 하기 위해 같은 방을 반복해서 노크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부장검사가 귀찮아서 그랬는지 “혹시 우리가 사건 처리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보겠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때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기사화해서 검찰을 꽤 곤란하게 하기도 했다. 이럴 때는 한동안 검찰과 보이지 않는 전선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렇듯 꽤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된 데는 법무부가 마련해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때문이다. 법무부는 새 규정에 따라 부산지검을 비롯한 전국 검찰청에 전문공보관 16명과 전문공보담당자 64명을 지정했다.
각급 검찰청에는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도 구성됐다. 심의위원회는 민간 위원이 절반 이상 참여해 형사사건 공개 여부와 범위를 결정한다. 전국 검찰청에서 티타임으로 불렸던 구두 브리핑이 없어지고 피의자·참고인 공개소환도 사라진다. 전문공보관이 아닌 검사 또는 수사관은 담당하는 형사사건과 관련해 언론과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 없고 기자의 검사실·조사실 출입도 금지된다. 법무부는 피의사실 공표에 따른 부작용을 막겠다며 많은 비판에도 이번 규정을 밀어붙였다.
이번 규정을 적용하면 부산 검찰을 담당할 때 했던 ‘최소한의 취재활동’마저 규정 위반이 된다. 한마디로 검찰에 대한 언론의 접근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검찰이 ‘깜깜이’ 수사를 하더라도 국민은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관련 감찰 무마 의혹이나, 청와대의 경찰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 사건도 마찬가지다.
검사는 그 직을 그만둬도 변호사 자격증이 있어 생계에 걱정이 없다. 최고의 법률전문가라는 자부심에 더해, 경제적 보장 장치도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외압이나 유혹에도 자유롭게 수사에 임할 수 있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대다수 검사가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형사사건 공개금지 조치로 장막 뒤에서 권력자가 더 노골적으로 검찰 수사에 개입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막강한 권한을 가졌고 민감한 업무를 다루는 검찰 스스로 언론의 감시나 견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신설 규정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번 조치는 한마디로 ‘소뿔을 고치겠다며 아예 소를 잡는 것(교각살우·矯角殺牛)’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관련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