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관한 ‘하명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수사무마’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이를 보고 받은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이 궁금했다. 두 사건 모두 문 대통령의 측근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처리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논란이 확산된 이후 수석보좌관 회의나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이에 침묵하고 있다.
그 대신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은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고래고기 사건’ 때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연일 이어진 의혹 보도에 지난 4일에는 김 전 시장 관련 첩보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라고 설명했으나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언론에 “정부 측 인물로부터 연락을 받아 그 내용을 알려줬다”고 밝히면서 의혹만 증폭시켰다. 청와대는 또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수사무마 의혹과 관련해서는 비위 혐의가 있는 김태우 전 수사관의 진술에 의존한 것이라며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전날 청와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보고 접수 과정을 설명하고 울산 출장 보고서를 공개한 것은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 않겠다’고 일관하던 청와대의 태도 변화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매번 제기된 의혹에 청와대가 해명을 하면서 끌려가는 모양새를 보이는 가운데, 그 해명조차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지적되면서 의혹만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 차라리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직후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제대로 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청와대는 피의사실공표금지법을 언급하며 검찰과 기자들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여당은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고 있다며 검찰수사의 의도를 의심한다. 검찰수사에 의도가 있다고 치더라도,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는 충분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 농단 등 온갖 의혹에 대해 ‘내로남불’이라며 질타했던 여권이 집권을 한 지금도 여전히 제 편 감싸기식 내로남불이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가 말하는 ‘촛불’을 들었던 민심이 현 정부의 이중적인 모습에 등을 돌리고 있는 시점이다.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새삼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서울본부 정치부 부장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