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맨(rocketman)’은 운동 경기에서 매우 빠르게 달리거나 빠른 공을 던지는 사람을 말한다.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 메이저리그의 명투수였던 로저 클레멘스다. 190㎝가 넘는 거구인 그는 최고 시속 162.5㎞에 이르는 포심 패스트볼로 10년 가까이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다. 그동안 통산 354승(역대 9위)에 4672탈삼진(〃3위)을 기록하며 사이영상을 7번이나 받았다.
로켓맨은 대중음악계에도 있었다. 미국과 소련 간 우주 개발 경쟁이 시들해지기 시작했던 1972년, 같은 제목의 노래를 발표한 영국의 가수이자 작곡가인 엘튼 존이다. ‘그녀는 지난밤 비행 전 내 가방을 챙겼지/오전 9시 로켓이 발사될 시간이야/난 연처럼 높이 뜰 테고/그럼 난 지구가 무척 그리워지겠지, 내 삶이 그리울 거야/무한한 비행을 하는 저 우주에선 외로울 거야’. 그는 이런 가사를 읊조리며 꿈과 모험, 고독을 발산했다.
2017년 9월,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붙인 ‘로켓맨’이란 별명은 이 노래에서 따왔다는 보도가 있다. 트럼프는 실제 존의 팬이며, 지난 미국 대선 선거운동 때 존의 노래를 선거 로고송으로 애용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싱가로프에서 열린 6·12 북미 정상회담 때는 김정은에게 로켓맨 노래를 아는지 물었다는 보도도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김정은을 조롱한 셈이다. 1년 전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호명하며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경고하고선 태연히 당시 기억을 상기시켰으니 말이다.
그랬던 트럼프가 지난 3일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며 ‘로켓맨’ 별명을 다시 입에 담았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군부 2인자인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이 나서 “우리도 상응행동을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아울러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하여” 이달 하순 노동당 전원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한 해 결산과 신년 준비로 바쁜 12월에 전원회의를 연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비상시국이란 의미다. 지난해 4월 전원회의 때 단행했던 ‘핵·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지(모라토리엄)’ 철회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일 수 있다.
‘착륙해도 다시 찾을 수 있는 걸 발견하기까진/길고 긴 시간이 걸릴 거라고 난 생각해’. 안타깝지만 로켓맨 가사처럼 북미관계가 개선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