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기이식을 하는 외과 의사다. 어쩔 수 없이 삶이 불규칙하다.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하는 뇌사자가 불규칙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앰뷸런스를 타고 뇌사자가 있는 병원에 가서 장기를 적출한 뒤 다시 우리 병원으로 와서 이식 수술 한다고 하루 밤을 완전히 새웠다.
그다음 날에는 아침부터 잡힌 암 수술과 이어진 응급수술을 하느라고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수술 방에서 나오지 못했다. 이런 삶을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지옥일 것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 한 주였다.
예전부터 외과나 흉부외과는 ‘기피과’ 1순위였다. 힘들고, 위험하고, 어려운 데다가 보상도 적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래도 외과를 보고 자신의 미래를 거는 이가 언제나 적게나마 있었다.
그러나 더는 ‘힘들지만 사람을 살리는’ ‘생명을 다루는 멋있는’ ‘고되지만 보람 있는’과 같은 낭만적인 수사가 현실의 피곤함에 지친 젊은이에게 통하지 않는 듯하다. 올해 양산부산대병원 외과에 지원한 전공의가 한 명도 없었다. 내년에는 전공의 1년 차가 없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더욱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이런 식으로 한 번 전공의가 안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다음 해에는 더더욱 모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정부나 학회에서도 외과의사 부족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그 효과가 미미한 듯 보인다. 그 대책이라는 것의 내용을 살펴보면 외과계 전공의들의 수입을 보조해주고, 수련을 편하게 받을 수 있게 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수련 기간이 편하고 돈을 많이 받는다고 하여, 3년의 수련이 끝난 다음 평생을 힘들게 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러한 안일한 방식이 궁극적으로 외과의사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외과의사들이 시행하는 수술의 수가를 지금보다 더 올리는 것이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외과 수술의 수가는 원가 이하로 책정되어 있다. 생명을 살리는 필수 의료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영역에 들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주대 이국종 교수의 말처럼 중증 외상환자를 살리면 살릴수록 병원의 적자가 더 쌓이는 구조가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는 없다. 내가 아는 외과의사 중에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외과의사를 지원했다는 사람은 없다. 외과의사로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돈이라도 벌어야겠다고 노선을 바꾸신 분이야 일부 있지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그 가치가 타인과 사회에 의해 인정받을 때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기본적으로 외과의사는 다른 과에 비해 힘들고 고달프다. 이런 외과의사가 되겠다고 온 우리 전공의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세상은 점점 근무시간을 줄이고 ‘워라밸’을 찾는 것이 당연한 추세가 되고 있다. 전공의들도 전공의 수련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주 80시간 이내로만 근무하는 것이 법적으로 강제화되어 있다.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 형편에서 당연한 것이고 올바른 추세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공휴일이나 늦은 밤이나 새벽에도 생명이 꺼져가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그 환자를 돌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모든 사람이 일과 여유의 균형 잡힌 삶을 원한다 하더라도, 외과 의사는 생명을 지키는 최전방에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삶의 우선순위로 두어야 한다.
누군가 이런 일을 자청해서 한다면 국가와 사회 구성원이 그들의 노고에 박수 쳐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궁극적인 방법이다.
양산부산대병원 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