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이슬람권 국가의 최초 여성 총리이자 최연소 총리로 기록된 사람은 파키스탄 민주화의 상징인 베나지르 부토다. 1988년 35세로 총리에 올랐다. 약관 24세 때 국민당 당수가 된 이래 11년 만이었다. 서슬 퍼른 군부독재 치하에서 9차례 구속과 5년 넘는 투옥·가택연금의 고초를 꿋꿋하게 견뎌낸 결과였다. 그는 1990년 총리에서 해임됐지만 3년 뒤 총선에서 승리하며 다시 총리직을 꿰찼다. 그래서 국제정치계의 여걸이란 말이 붙었다.
부토 외에도 30대 총리가 꽤 있었다. 로랑 파비우스는 1984년 38세에 프랑스 총리가 됐고, 발데마르 파블라크는 1992년 33세로 폴란드 사상 최연소 총리의 영예를 안았다. 1997년 러시아와 이듬해 헝가리에서는 각각 35세의 세르게이 키리옌코, 34세의 빅토르 오르반을 총리에 앉혔다.
그에 비하면 40대 지도자는 수없이 많았다. 1990년 47세에 영국 총리가 된 존 메이저, 1997년 그의 자리를 바로 이은 44세의 토니 블레어가 대표적이다. 특히 블레어는 영국 의정사상 두 번째이자 185년 만의 최연소 총리라는 발자취를 남겼다. 메이저는 공중곡예사의 아들로 태어나 생활보호대상자였다는 사실로도 관심을 모았다.
북유럽의 핀란드에서 34세의 최연소 여성 총리가 탄생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제1당인 사회민주당(사민당)의 산나 마린 교통부 장관이 지난 8일(현지 시간)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총리 취임을 앞두고 있다. 곧 전 세계를 통틀어 현역으로는 최연소 행정수반이 되는 셈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알렉세이 곤차룩(35)총리보다도 한 살 적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마린의 사민당을 비롯해 핀란드의 중도 좌파 연정을 구성하는 5개 정당 대표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그중 4명이 30대이고, 1명은 50대 연령이다. ‘젊은 우먼 파워’가 실로 막강하고 놀랍다. 게다가 마린은 가난한 편모 가정 출신으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 화제다.
국가마다 정부·권력구조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 ‘3040 총리’는 꿈 같은 얘기다. 하기야 마린 대표만 해도 20대 초반 정계에 입문해 27세에 시의원, 30세에 국회의원이 됐다. 반면 우리는 2030세대가 유권자의 30%인데도 국회의원은 고작 세 명이다. 공천을 받지 못하고 포기한 젊은 남녀 지망생이 허다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청년층을 위한 정책과 예산 등이 뒷전으로 밀려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핀란드의 34세 여성 총리는 새삼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