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PC나 노트북이 없는 집을 찾기 드물다. 그런데 최근에는 컴퓨터를 구매했다가 전원을 켜도 구동되지 않아 당황스러워 하는 사람이 꽤 있다. 예전에는 OS(operating system, 운영체제)가 설치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OS와 소프트웨어를 뺀 일명 ‘공(空) PC’로 판매하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OS와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컴퓨터보다 더 저렴한 공PC를 선택하기도 한다.
공PC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OS와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저작권사의 동의를 받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복제·설치해 사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러한 행위는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다. 만약 저작권자가 형사고소를 하게 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형사 고소와 별개로 저작권자는 침해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형사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작권자와 침해자 사이에 합의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나아가는 사례는 드물다. 일반적으로 합의를 위해서는 불법 복제했던 프로그램을 정품으로 구입하거나 또는 금전적으로 손해배상액 상당액을 지급해야 한다. 금전적 합의가 되었다고 형사절차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합의한 다음 저작권자가 수사기관에 고소 취하서를 제출해야 침해자는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
CATIA와 AUTOCAD와 같은 설계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고가 프로그램 사용자가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고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예상치 못한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 주어야 하므로 단순히 ‘걸리면 합의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
설계 프로그램의 경우 기본 프로그램과 수십 개의 개별 모듈의 묶음으로 제품이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침해자가 수십 개의 개별 모듈 중 단 하나만 사용하기 위해 불법 복제 프로그램을 설치하더라도 프로그램 전체 정품 가격을 기준으로 합의금과 손해배상금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프로그램 1개의 가격이 수억 원에 이르기도 한다.
한편 불법 복제를 직접 행하는 것은 개인이기는 하지만 우리 저작권법은 기업(단체) 임직원이 불법 복제 프로그램을 복제·설치해 사용하는 경우 기업(단체)도 함께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양벌 규정’이라고 한다. 임직원의 침해행위가 고용관계의 범위 안에서 행해졌다면 이러한 양벌 규정에 따라 기업 또는 대표자는 침해행위에 대한 사전인식이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받게 된다. 그 이유는 사용자인 기업이 ‘임직원이 저작권법 위반행위를 하지 않도록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해야 하는 의무’를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단순히 ‘불법 복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는 내용이 적힌 서약서를 받아 놓고 안심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정도로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위해서는 기업에 프로그램 대장을 만들어 관리하고 주기적인 교육도 해야한다. 이러한 과정도 관리대장에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임직원의 퇴사 여부를 불문하고 기업의 컴퓨터에 설치된 불법복제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 현재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라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불법으로 복제·설치해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행위가 되어 형사·민사상 책임을 진다는 점을 늘 기억하자.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도 저작권자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실이므로 ‘나부터’라는 생각으로 불법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중단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당당한 사용자’가 되길 바란다.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