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세계 3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에서 약 1억4000만 원에 팔린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 작품 ‘코미디언’을 배가 고프다는 이유로 행위예술가가 먹어 치워버린 뉴스가 화제가 되었다. 이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은 벽에 접착 테이프로 바나나 한 개를 고정시켜 놓은 것이 전부인 이 작품을 누가, 왜 시중에서 구하기도 쉬운 바나나를 그렇게 비싼 돈을 지불하며 산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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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왼쪽)와 현대무용가 정은주 씨가 국악과 현대무용을 접목한 공연을 하고 있다. |
1952년 초연된, 아방가르드시대의 저명한 작곡가 존 케이지(John Cage·1912~1992)의 피아노를 위한 ‘4분 33초’ 작품은 피아노 연주자가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만을 반복하며 퇴장한다.
필자는 2015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벨기에 로사스 무용단의 내한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안무가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의 1983년 초연작 ‘로사스 댄스 로사스’. 로사스 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이 작품에서 공연 시작부터 무용수들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지극히 단순한 동작을 작품이 끝날 때까지 무한 반복한다. 필자는 관람하는 내내 현대무용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이 작품에 대해 수많은 번뇌와 지루함을 견뎌야 했다.
예술적 발상이 더 중요하다는 ‘코미디언’, 우연성 음악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4분 33초’, 현대무용사에서 무용 미니멀리즘을 확립한 ‘로사스 댄스 로사스’처럼, 음악 춤 미술 등 모든 예술 장르에서 기존 질서와 상식을 깨는 작품은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끊임없이 소리 없는 질문을 받아왔다. 이렇듯 예술은 인간의 삶과 함께 시대에 따라 관념적이고 추상적이거나 일상을 반영하는 등 끊임없는 상생을 되풀이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한다.
이처럼 예술행위를 감상하는 것은 예술가와 연주하는 곡에 대한, 예술작품에 대한 공감이라 생각한다. 조선 시대 500년 동안 역사와 함께 여러 시도와 정착의 반복을 거쳐 현재로 이어진 전통음악은 현대사회로 와서는 다른 장르와 협업으로 새롭고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필자도 수년 전 국악과 현대무용을 접목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의 공연에서 해설의 역할이 컸던 것이 생각난다. 어떤 작품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않은 상태에서 감상하는 관객은 수많은 의문과 생각을 가지며 연주를 보고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지금은 정착된 해설이 있는 클래식 음악회는 멀게만 느껴졌던 클래식음악의 매력을 끌어내 다양한 관객층을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콘셉트로 만나게 한다. 우리 전통음악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해설을 더하여 관객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최상의 정보를 제공한다면 전통음악에 대한 공감, 더 나아가 감동으로 다가갈 것이다.
소리연구회 소리 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