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사위질빵’에 담긴 마음으로 화합을 /손증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19 19:15:05
  •  |   본지 2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사위질빵’이란 덩굴을 아시는지요? 농사일을 거들기 위해 처가에 온 사위가 행여 너무 고된 등짐을 질까 걱정되어 힘없이 툭, 툭 잘 끊어지는 덩굴로 지게의 밀삐나 등짐 멜빵끈을 해주고 일이 끝난 뒤엔 씨암탉까지 잡아 몸보신 시켜서 보낸 장모님 마음이 담긴 덩굴 이름이지요.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그 말에 딱 들어맞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쌀이 귀하던 시절, 어떤 집 며느리는 메로 올릴 밥이 뜸 들었나 알아보기 위해 밥 몇 알 집어 맛보다가 시어머니께 맞아 죽어 ‘며느리밥풀꽃’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도 있군요. 우리 집 며느리가 저 집의 사랑하는 딸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고부갈등을 부추기는 슬픈 이름은 애초부터 없었겠지요. 남의 집 아들인 사위는 끔찍이 아끼고 사랑했으면서도, 남의 집 딸인 며느리는 왜 그렇게 미워했을까요? 요즘이야 이런 대접 받고 살아갈 며느리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거칠게 드러내는 그 이름만큼은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며느리도 이제 내 집 식구가 되었으니 딸처럼 따뜻하게 맞이한다면 갈등을 부추기는 이런 이름도 사라지고 시어머니에 대한 며느리의 반감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쪽빛 하늘 바라보다/괜스레 웃음 난다//저게/만약/툭 터져서/쏟아져/내린다면//싸울 일/진짜 없겠네!/온누리가/청군이니’(변현상 ‘쪽빛 하늘 바라보다’ 전문)

변현상 시인의 ‘쪽빛 하늘 바라보다’는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스러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보수와 진보, 기성세대와 신세대, 노와 사,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나뉘어 서로 대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흑백으로 갈라진 세상을 답답하게 여긴 시인은 가을 하늘을 쳐다보다 저 쪽빛 하늘이 ‘툭’ 터져 내린다면 ‘온 누리’가 푸르게 물들어 ‘청군’이 될 터이니 같은 편끼리 싸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환하게 웃습니다. 갈등을 극복하고 모두 한 편이 되어 조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을 잘 담아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옛사람이 꿈꾸었던 무릉도원은 바로 갈등 없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일 겁니다. 정해송 시인은 그 무릉도원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군요.

‘도화 뜬 강 저편에/문명 없는 삶이 있어//너는 내 속에 있고/나는 네 속에 있어//너와 나/나누지 않고/한 뿌리로 사는 마을’(정해송 ‘무릉도원’ 전문)

‘너와 나 나누지 않고 한 뿌리로 사는 마을’인 무릉도원엔 시기나 질투, 탐욕이 없으니 당연히 다툼도 갈등도 없겠지요. 갑질로 세상이 갑갑해지는 일은 더욱 없을 거고요. 불법적인 불공정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불공정도 당연히 없어서 사촌이 논을 사도 배가 아플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꽃 중에는 꿀을 분비하는 부위를 다른 부위와 구별하여 반점 따위로 특별하게 표시하는 꽃이 있는데 이 현상을 허니 가이드(honey guide)라 합니다. 허니 가이드는 꽃이 자신의 수정을 도와주는 벌과 나비들을 배려해서 꿀을 쉽게 채취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주는 구실을 합니다. 수정을 도와주는 벌과 나비에게 좀 더 쉽게 꿀을 채취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허니 가이드야말로 공생의 한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도 꽃과 곤충의 관계와 같이 서로를 배려하고 보완해주는 공생 관계가 되어야 정상적으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보수는 뼈대가 낡아 허물어지고 진보는 혈관이 혈전으로 막혀 있습니다. 서로서로 도와주는 공생 관계라기보다 오히려 공멸하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 불구대천의 원수 같습니다. 어찌 보면 자해 수준입니다. 보수와 진보는 상대 진영의 흠결을 보기 전에 허물어지고 막혀 있는 자신의 내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낡아서 허물어진 보수는 다시 보수해야 뼈대가 바로 설 수 있고, 혈전으로 막힌 진보는 탁한 피를 맑게 해야 피 돌림이 잘되지 않을까요?

보수든 진보든 ‘며느리밥풀꽃’에 담긴 마음이 아니라 ‘사위질빵’에 담긴 마음으로 서로 상대를 배려하고 인정할 때, 그들이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내거는 ‘같이’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해서 정말로 살기 좋은 나라 ‘너와 나 나누지 않고 한 뿌리로 사는 마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궤변과 혹세무민의 말들이 난무하여 혼탁하기만 했던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엔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를 꿈꿔 봅니다.

시조시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4. 4[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5. 5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9. 9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10. 10노르웨이 북극권 누빈 부산 청소년, 극지경험 공유의 場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7. 7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8. 8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9. 9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