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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정신장애 보도 가이드라인 필요하다 /김유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19 19:13:22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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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정신병력 있습니까?”

얼마 전 ‘정신장애에 관한 언론 보도 모니터 집담회’에 참여한 기자의 발제문 제목이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과 부산문화재단은 문화다양성 리터러시의 일환으로 부산지역 언론이 젠더·이주민·정신장애를 어떻게 보도했는지를 모니터했다.

올해 5월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살인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조현병 환자가 일으킨 강력범죄에 대한 보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진주 사건의 범인인 안인득이 정신병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사건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늘상 있었을 법한 범죄사건도 용의자가 정신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히 언급하는 일이 많아진 탓이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 이전에 조현병 범죄 보도를 다룬 신문기사는 100건 미만이었지만, 이후 230건 정도로 늘었다. 방송 리포트는 10건 미만에서 6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공분을 모은 사건에 대한 보도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피해자가 이전에 경찰에 여러 번 신고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는 점, 사람들 대부분이 정신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선뜻 병원을 찾거나 적극적인 치료를 하기 쉽지 않다는 점, 관리를 받으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재활 프로그램이나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논의를 옮겨갔다면 비슷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장치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의 기사 제목은 어느 매체를 가리지 않고 전형적이었다.

‘조현병 이웃 10대, 이웃 할머니 살해’ ‘흉기 난동 A씨는 조현병 환자’라고 진단된 질환의 명칭을 언급해 사건의 직접적 원인으로 짚었고, ‘조현병 환자 추정 30대 남성 심야 마트와 택시서 흉기 위협’처럼 확실하지 않은 추정을 제목에 낸 경우도 있었다.

국제신문도 ‘또 조현병 참극 친누나 잔혹 살해’ ‘흉기 난동 조현병 아들…’을 제목으로 골랐다. 조현병을 제목으로 쓴 기사는 사건의 개요 정도를 전달하는 스트레이트가 대부분이었는데, 정책이나 제도를 다룬 기사보다 사건·범죄 기사가 두 배 정도 많았고 주요한 정보원은 경찰과 검찰이었다. 이 같은 기사는 ‘공포의 15분’ ‘이웃이 무서워요’라며 공포감을 조장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 사람이 범죄를 일으키기까지는 그 사람의 인생에 축적된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몇 문장으로 사건을 전달해야 하는 기사를 쓰려면 간명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집담회에 참석한 기자는 그렇게 골라낸 설득력 있고 결정적이면서 스토리가 될 만한 이유를 ‘정신장애’라고 털어놓았다. ‘술김에’ ‘금전 관계 때문에’처럼 사건 기사의 전형적인 설명으로 ‘정신병력이 있기 때문에’가 채택되는 것이다.

이런 인과관계가 당연하고 익숙해질수록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곧 위험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이들을 격리하자는 여론이 힘을 얻는다. 이날 집담회에는 정신장애를 앓는 당사자가 자리를 가득 메웠다. “정확하지 않을 땐 섣불리 진단명을 언급하지 말아달라”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면서 봉사활동까지 하는 진취적인 정신장애인들의 모습을 보여달라”라는 바람과 주문을 비롯해 언론 보도에 대한 질의와 제안이 계속 이어지는 데서, 일방적인 언론 보도에 당사자들은 고통을 받아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영국은 정신질환에 대한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기사에 등장하는 사람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을 보도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려하고, 100% 확신 없이 정신건강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추정하지 말 것 그리고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이 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음을 기억하라는 것이 그 내용이다. 특히 마지막 규칙은 인상적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비슷한 내용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안하고 있다.

집담회에는 자살 상담을 많이 받는 생명의전화 활동가도 참석했다. 자살 보도에 대한 보도 가이드라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사 제목에는 ‘자살했다’는 표현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상담 창구를 안내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어떤 그룹이든 왜곡된 보도를 바로잡고 싶다면 모니터링을 통해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제안하는 게 언론운동의 한 영역이라 생각한다. 당사자들의 조직된 목소리에 언론도 귀를 기울이고 보도 전반에 반영하기 바란다.

부산민언련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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