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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산시의 또 다른 ‘우민화’ /이경식

유재수 범죄 너무 치졸, 부시장 임용 납득 안 돼

민본행정 실천하려면 인선경위 정확히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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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의 가장 쉬운 통치 방법은 백성을 바보로 만드는 우민화(愚民化)다. 중국 전한(前漢)시대 유안이 쓴 ‘회남자’에 그 고전적 사례가 나온다. “왕께서 오랫동안 권력을 잡고 싶으시다면, 백성의 입을 막고 쓸데없는 일과 번거로운 가르침에 몰두하도록 하십시오.…술과 고기로 위안하고, 음악으로 즐겁게 하십시오.” 주나라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토벌한 여상은 무왕에게 이같이 진언했다.

우민화는 동서고금을 관류하는 보편적 독재전략이다. 우리 현대사에선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을 꼽을 수 있다. 스포츠(sports), 성행위(sex), 영화(screen)의 장려를 뜻하는 이 정책은 1980년대를 살았던 한국인들의 정치적 소외를 상징한다. 야구 축구 농구 등 프로경기의 잇단 출범은 스포츠 관전을 일상화했고, ‘애마부인’을 비롯한 에로영화의 홍수 속에 성매매업도 활황세를 탔다. 12·12 군사반란으로 집권한 독재정권이 펼친 우민화의 산물이었다. 12·12 사건 40주년이었던 지난 12일,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음식점에서 호화 오찬을 즐긴 반란 주역들은 그 일을 자랑스레 회고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민화 얘기를 꺼낸 건 최근 바보가 된 듯한 낭패감을 톡톡히 맛봤기 때문이다. 낭패감을 안겨준 건 부산시다. 정확히 말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시의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 임용이다. 유 전 부시장과 시는 시민을 두 번 놀라게 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서 드러난 그의 범죄 내용이 너무 치졸하다는 데 먼저 놀랐다.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채권추심업체 회장으로 하여금 자신의 지인들에 대한 추석 선물을 대신 보내게 하고, 자신의 저서를 구입토록 한 뒤 돌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값이 오르지 않았다며 빌린 주택구입자금 중 일부를 갚지 않기도 했다니, 공직자로서의 윤리의식은 물론 인격마저 의심해야 할 판이다.

이런 인물이 우리나라 제2 도시 부산의 경제부시장에 당당히 임용됐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그 충격은 시민을 우습게 여긴다는 우민 경험으로 이어졌다. 유 전 부시장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을 받고 일부 비위가 드러나 그 사실이 금융위에 통보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징계를 받거나 수사 의뢰되기는커녕 감찰이 중단된 뒤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과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을 거듭했다. 정상적인 인사 시스템이라면 불가능한 일이 버젓이 일어났으니, 상식을 뒤엎는 파행이 아닐 수 없다.

“인선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심각하다. 경제부시장은 중요한 자리인데 그 전에 금융위원회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타진하지 않았나?” “인사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길래 청와대와 금융위에서 (유 전 부시장 감찰과 관련한 정보가) 오간 사실도 모르고 인선을 했느냐.” 지난 10월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인사 시스템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이 쏟아진 건 그래서였다.

우민 경험을 하게 된 건 이 지점에서다. 유 전 부시장의 인선 내막은 오거돈 부산시장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오 시장은 국감 때 “당과 인맥을 통해 (유 전 부시장을) 추천받았다”고만 밝히곤 추천자가 누구인지는 함구하고 있다. 유 전 부시장이 감찰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지만, 진실 여부는 수사기관이 가릴 일이니 지금으로선 판단을 보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설령 오 시장이 감찰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민의 상처 말이다. 당연히 파악해야 할 중대 정보를 간과한 시의 인사 파행을 덮을 길이 없어서다. 오 시장의 말대로라면, 업무능력 도덕성 등 경제부시장으로서 갖춰야 할 요건들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당과 인맥’의 추천을 수용한 셈이다. 행정의 기본 중 기본을 지키지 않았으니, “바보나 다름없다”는 쓴소리를 면키 어렵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왔다. ‘우민 행정’이 시민을 우민으로 만든 셈이다. 그러니 여상이나 전두환 등 앞선 권력자들의 우민화와는 다르지만, 또 하나의 우민화라 해야 하지 않을까.

오 시장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난감한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건 사과다운 사과가 아니다. 명확한 사과 이유를 밝히지 않아서다. 그런 사과는 자칫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될 수 있다. ‘이유는 몰라도 되니 사과만 받아라’는 뜻으로 들릴 수 있어서다. 시는 유 전 부시장의 후임으로 또 중앙관료를 영입했다. 오 시장은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협조가 중요한 시기”라고 그 필요성을 설명했다. 물론 징세권의 80%를 중앙정부가 쥐고 있는 현실에서 중앙권력의 영향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한계는 지방이 단결해서 허물어야 할 부당한 벽일 뿐이지 숙명적 굴레가 될 순 없다.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게 바로 중앙에 의한 지방 우민화다.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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