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衛星)정당. 일당 독재국가에서 다당제 구색을 맞추려고 집권 정당 외에 존재하는 명목상의 정당을 말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북한 천도교청우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이다. 천도교청우당은 원래 위성정당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 9월 창당된 우리나라 최초의 정당이다. 200만 명에 이르는 천도교인을 기반으로 만든 정당인 만큼 세력이 막강해 해방 후 북한을 장악한 소련 군정도 무시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1959~60년 시·군·도당 조직이 모두 해체되면서 조선노동당의 정책 발표 때 지지 성명이나 내는 껍데기로 전락했다.
북한 정권은 남한에서 외무부 장관, 서독 대사, 천도교 교령을 지낸 최덕신이 1986년 북한으로 망명하자 천도교청우당을 적극 지원한다. 남한과 해외의 천도교인을 상대로 한 통일전선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최덕신과 그의 아내 류미영은 1989년과 2016년 각각 숨질 때까지 청우당의 중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7월에는 최덕신의 차남 최인국(73)이 영주 목적으로 입북하기도 했다.
조선사회민주당도 청우당과 같은 운명을 걸었다. 1945년 11월 창당 당시에는 당원이 50만 명에 달하는 등 조선노동당의 전신인 조선공산당을 능가하는 정당이었다. 그러나 당수인 조만식이 신탁통치 반대운동을 하다 숙청된 뒤 김일성의 측근인 최용건이 당권을 쥐면서 노동당의 2중대가 됐다. 1958년부터 지방조직이 해체되기 시작해 1960년대 들어선 상부조직만 남았다. 위성정당은 중국에도 존재한다. 중국민주건국회, 중국국민당혁명위원회, 중국민주동맹, 중국민주촉진회, 중국농공민주당. 중국치공당, 93학사, 대만민주자치동맹 등 민주당파 8개 정당이 그들이다.
일당 독재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위성정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우리나라에도 등장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선거제 개편이 이뤄지면 ‘비례한국당’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드는 데 대비한 위성정당 구상이다. 북한 독재정치를 비난하는 한국당이 그 술수를 본받으려 하니 낯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책임은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야당으로 구성된 ‘4+1 협의체’에도 있다. 밥그릇 싸움에 혈안이 되어 선거법을 지역구와 정당명부 비례대표, 연동형 비례대표가 뒤엉킨 누더기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이전투구에는 시민을 의식하는 모습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시민은 ‘위성’일 뿐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