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성탄절이 오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비슷한 고민에 빠진다. 아이에게 거짓말하면 안 되는 건 알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크리스마스 선물을 잘 골라 산타의 선물로 위장할 수 있는 그럴 듯한 이야기를 꾸며내야 한다. 놀랍게도 이런 고민은 650년 전 네덜란드의 부모들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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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 스테인의 ‘성 니콜라스 축제’. |
얀 스테인의 그림은 성 니콜라스 축제일 아침 17세기 네덜란드 가정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성 니콜라스는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된 실존 인물로, 어린이나 가난한 이웃에게 헌신하며 선물을 많이 나눠준 가톨릭 주교다. 지금도 유럽 가톨릭 국가들은 그의 기일인 12월 6일을 ‘성 니콜라스 데이’라 부르며 기념한다.
그림은 성 니콜라스가 간밤에 신발 속에 놓고 간 선물을 아이들이 확인한 후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그림 속 모델은 화가의 자녀들로, 가운데 어린 딸은 지난 1년간 착하게 행동한 보상으로 선물을 잔뜩 받아 신났다. 세례 요한 인형을 품에 안은 소녀는 선물을 양동이에 넣어 들고 있다. 나눠 달라는 듯 엄마가 장난스럽게 손을 뻗어 보지만, 아이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반면 왼쪽 소년은 선물을 하나도 못 받았는지 울음보가 터졌다. 보아하니 그동안 꽤 말썽을 부렸나 보다. 뒤의 누나가 들고 있는 소년의 신발은 텅 비었고, 남동생은 그걸 가리키며 웃고 있다. 물론 자신은 갖고 싶던 콜프(나무로 된 골프채)를 이미 손에 쥔 상태다.
화면 오른쪽 청년은 굴뚝을 가리키며, 안고 있는 막내에게 선물이 온 경로를 설명하고, 그 옆 아이는 선물에 만족한 듯 즐겁게 노래 부른다. 뒤에 앉은 아버지는 모든 상황을 흐뭇하게 바라만 본다. 우는 손주가 안쓰러웠는지 할머니는 커튼을 열어젖히며 손짓한다. 아마도 선물을 따로 숨겨놓은 모양이다. 그림 전경에는 축제 기간 먹을 특별한 빵과 과자, 과일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선행에 대한 보상으로 부모가 마련한 선물, 이를 성 니콜라스가 준 걸로 철석 같이 믿는 아이들, 아이들 반응에 즐거워하는 어른 등 현대 가정의 크리스마스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타 없는 크리스마스는 상상할 수 없다. 산타를 더는 믿지 않아도 산타의 선물은 여전히 받고 싶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보통 8세쯤에 산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대부분 아이는 그 이후에도 선물 때문에 계속 믿는 척한다고 한다. 심지어 30% 이상의 성인도 산타의 존재를 믿고 싶어 하는데, 이는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과 선물을 받고 싶다는 잠재의식 때문이란다.
선물은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다. 말썽꾸러기 손주에게도 선물을 챙겨주는 그림 속 할머니처럼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 위로가 우리 모두가 진짜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닐까.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