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한 주밖에 남지 않았다. 캐럴이 듣고 싶었는데, 거리에서 캐럴이 사라졌다. 기분이 묘했다. 예전엔 ‘길보드 차트’라고,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음악 테이프나 CD를 틀고 파는 손수레가 있었다. 지금은 쇼핑가의 트리 장식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좀 다른 일상을 보냈다. 20년 이상 일하던 곳에서 새로운 일터로 자리를 옮겼고, 새로운 분들과 새롭게 시작한다고 좌충우돌하기도 했다. 올해도 참 열심히 살았다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신문에 담긴 기사들이 갑자기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이렇게 물어오는 듯했다. 수고했어요. 올해도 열심히 살았군요. 그래도 좀 더 찬찬히 한 해를 돌아보시죠! 무엇을 간직하고 무엇을 버려야 새해를 더 잘 맞이할 수 있을까요?
필자의 직장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이다. 얼마 전 청소년 프로그램을 하면서 청소년이 우리에게 마음을 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시간은 신뢰를 쌓는 과정이기도 하다. 믿고 함께하고 서로 알아가야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청소년은 신뢰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 일방적으로 한 방향으로만 몰고 가거나 과도하게 잔소리하는 이들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시민·독자와 지역 언론 사이의 관계 형성에도 적용될 수 있을 듯하다.
우리는 가족 힐링 캠프를 통해 청소년과 가족이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만들고, 청소년 중심 봉사 활동을 기획해 청소년이 사회적 책임과 실천을 생각할 계기도 마련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이루려 했던 목표는 공동체성 회복이었다. 물론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자 했다. 개성이 다양한 청소년을 위해, 다양한 접근법은 꼭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지역 언론 또한 다양성 존중이라는 가치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든다.
2019년이 다 끝나가는 지금 부산은, 대한민국은 어떤가? 경제와 부동산 대책은 계속 쏟아지고 보완되는데, 일용직·계약직 문제와 근로 여건 등의 악화나 처우 개선이라는 주제는 점점 뒤로 밀리는 느낌이다. 중소기업과 개인업체는 사람을 못 구하고, 청년은 일할 곳이 없다며 좌절감을 표현한다. 북미 핵 협상은 안갯속이라 내년에는 어떤 위기가 우리에게 미칠지 불안하다. 미중 무역 갈등과 한일 경제 갈등은 조금씩 해결 기미를 보이지만 또 어떤 변수가 우리를 기다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다. 어쩌면 문제가 제일 많은 영역이 정치다. ‘내로남불’로 일관하며 상대를 끌어내리는 데만 골몰한다.
그런 가운데 내년 총선을 노리고 얼굴을 내미는 인사도 여럿이다. 과연 2019년을 보내면서 부산은, 지역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 많은 국회의원은 무엇을 했나? 입으로 민생과 국민을 말하면서 정파와 개인의 이익에 몰두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너무 많은 기사와 뉴스가 난무한다. 사실 유무를 확인하기조차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지역’의 ‘정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표방하는 국제신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긴장과 자기성찰의 고삐를 늦추지 않기 바란다. 그리고 한 걸음 더 걸어가 주기 바란다.
지난 한 달, 국제신문의 정치 부문 기사에 평소보다 더 눈길을 주게 되었다. 연말 정가는 뜨겁고 혼란스러웠으며 내년 총선이 오래전부터 예고돼 그랬던 것 같다. 다양한 관점과 발로 뛰어 써낸 기사는 부산 지역의 독자인 필자에게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여기서 머물지 말고 더 분발했으면 한다.
사실 보도와 함께 부산과 울산·경남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미래를 제시하고 그런 비전을 실천하는 지역 일꾼을 찾고, 없으면 만들어나가는 데 지역 언론이 앞장서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목소리를 더 분명하게 낼 필요도 있다. ‘삯꾼’이 아니라 일꾼이 필요하다. 일꾼을 빙자한 삯꾼을 독자가 잘 가려낼 수 있게 애써주기 바란다. 2020년이 온다.
부산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