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서산 우럭젓국 맛집 찾기 힘든 이유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25 18:53:05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래간만에 충남 서산을 찾았다. 찬 바람이 부는 겨울, 서산에서 첫 끼니는 단연 우럭젓국. 음식점 계단을 오르며 곗모임을 하러 온 듯한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우럭젓국은 서해의 바다와 바람이 우러난 맛이다.
“1층 아녔어?”

“건물을 샀댜. 1층은 세놓고, 식당은 2층으로 옮기고 3층은 살림집으로 쓴댜.”

순간 내 의문도 함께 풀렸다. 2년 전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1층에 있던 음식점이 같은 건물 2층으로 옮긴 사연이 대충 짐작됐다. 서산 시내에서 10년 넘게 우럭젓국과 간장게장으로 소문난 식당이 드디어 모든 자영업자의 꿈이라는 ‘건물주’가 된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내는 식당이 건물주가 되었다니 마음이 놓인다. 적어도 집주인 눈치 보지 않고 오로지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고객 처지에서야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더불어 또 한 가지 의문이 풀렸다. 각 지역의 소문난 음식을 맛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가면 막상 제대로 된 전문점을 만나기 어렵다. 우럭젓국이 그렇다. 우럭젓국은 우럭이 많이 잡힐 때 꾸덕꾸덕 말려 두었다가 제사상에도 올리고 구워 먹거나 국거리로 사용했던 것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애당초 외식 아이템으로 개발된 음식이 아니라 지역민의 삶 속에서 잉태된 일상의 음식이란 의미다. 지방자치단체가 향토음식을 발굴하고 홍보하는 과정에서 마른행주 쥐어짜듯 아이템을 찾다 보니 우럭젓국 같은 일상의 음식이, 지역 대표 음식이 된 것이다.

우럭(조피볼락)은 서해에서 흔히 잡히는 생선이다. 제철 우럭은 색이 검고, 몸집이 크고, 뼈가 단단하고, 살도 탄탄하다. 횟감으로도 훌륭하지만 꾸덕꾸덕 말리면 그 맛이 더욱 깊어진다. 반건조 우럭의 속살은 대구나 명태보다 훨씬 오밀조밀하다. 수분은 날리고 고갱이만 남은 단단한 뼈를 우리면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이 담백하고 구수한 국물을 상대할 조미료는 새우젓밖에 없다. 서해안 새우젓은 여느 지역과는 그 위상이 다르다. 콩으로 만든 된장, 간장 역할을 대체하는 필수 조미료다. 말린 우럭, 새우젓 그리고 무와 두부. 무엇 하나 모난 것 없는 것들의 조합은 낯선 이들에겐 심심한 맛이고, 인이 박인 이들에겐 깊고 개운한 맛이다.

문제는 같은 음식을 두고 벌어지는 이 차이다. 관광객은 번듯하고 소문난 ‘맛집’을 원한다. 하지만 지역민은 ‘집에서나 해 먹던 걸 어떻게 파느냐’며 소극적이다. 그 사이를 발 빠른 업자들이 파고든다. 횟집에서도 우럭젓국을 팔고, 간장게장집에서도 우럭젓국을 판다. 지역민은 ‘우리가 먹던 그 맛’이 아니라 하고, 관광객은 ‘기대했던 그 맛’이 아니라 한다. 우리나라 소도시의 대부분 향토음식이 이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찾는 그 집은 지역 주민이 곗모임을 할 정도로 인정하는 곳이고, 나 같은 외지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았으니 ‘맛집’이 분명하다. 우럭젓국은 국물이 졸아들었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진국을 머금어 촉촉해진 우럭의 살점을 뜯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세상 사람이 이 기막힌 맛을 모르다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맛 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위용 드러낸 기장촬영소…부산 대작영화 길 열렸다
  3. 3전재수 금품수수 의혹 증거인멸 前 보좌진 4명 유죄…1명 법정구속
  4. 4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5. 5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6. 6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7. 7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8. 8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9. 9“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10. 10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1. 1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2. 2“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3. 3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4. 4[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5. 5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6. 6軍 “향후 발생 상황 모든 책임 전적으로 北에…책임있는 조치 강력 촉구”
  7. 7유엔사 “DMZ 지뢰 폭발, 정전협정 위반 판단”
  8. 8‘핵잠수함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종합)
  9. 9與 “미래기금으로 지방정부 지원 축소될 일 없어”
  10. 10“北 김주애 후계 내정자 입지 강화…키 160cm·몸무게 50kg 이상”
  1. 1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2. 2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3. 3부산지역 건축물 노후화 심각… 63.3%가 지은 지 30년 이상
  4. 4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법원 인가…정상화 첫발(종합)
  5. 5亞·유럽게임 대거 참가…지스타 판 커진다
  6. 6정부 '발전 5사 통합준비委' 발족…내년 10월 단일법인 출범
  7. 7부전~마산 복선 전철 터널 붕괴 원인 조사 기간 7주간 연장
  8. 8공정위, 5개 항공사의 부산~괌 노선 공급 좌석 축소 요구 거부
  9. 9도토리 숲 언덕서 ‘휴식 한 모금’…바리스타과 겸임교수 깊은 손맛
  10. 10해양·AI 중심 ‘플라이아시아’ 내달 개최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전재수 금품수수 의혹 증거인멸 前 보좌진 4명 유죄…1명 법정구속
  3. 3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4. 4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5. 5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6. 6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7. 7혈세 쓴 도시재생 거점시설 2년간 텅텅
  8. 8부산·울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6명뿐
  9. 9교실로 들어온 ‘북극항로’…지구본 만들며 배워가요
  10. 10윤산터널 돌발상황, AI 실시간 감지
  1. 1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2. 2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3. 3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4. 4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5. 5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6. 6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7. 7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8. 8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9. 9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10. 10‘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병역 혜택, 야구는 빼자
AI 설계 어선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불꽃축제 숙박료 폭등, 실효성 있는 대책 없나
지역기업 발목 잡는 획일적 세제, 현실에 맞춰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북항 찾은 상어 ‘부캉이’와 잊힌 갈매기 ‘부기’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