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생활과 법률] 법대로 월급도 못 받는 사회 /김두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25 19:02:10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은 대통령을 직접투표로 선출한다. 또 법에 따라 세금을 낸다. 사회의 모든 구조를 움직이는 체계는 헌법과 법률이다.

비교적 근대에 만들어진 속담 혹은 격언 중 ‘법대로 살면 바보’가 있다. 또 살다 보면 방귀 뀐 놈이 성내면서 “법대로 합시다!”를 외치기도 한다. 두 가지 말의 공통점은 어쩐지 법대로 한다는 것은 어리석거나 뻔뻔한 자들의 대사 같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법대로’의 의미가 이토록 훼손되었을까.

이런 현상은 법원에서도 볼 수 있다. 민사재판에서 판사는 종종 원고와 피고에게 조정을 권하면서 “조정이 안 되면 법리대로 판결할 수밖에 없습니다”고 한다. 조정은 좋은 것이고 법대로 판결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법관마저 ‘법대로’하는 것이 조정만 못하다고 할 정도이니 도대체 ‘법대로’ 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법은 세상에 일어나는 수많은 관계와 사건을 하나하나 규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일반성과 추상성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어떤 경우에는 법대로 하는 것이 심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물론 이럴 때를 대비하여 신의칙의 법리(사회상규에 심각히 어긋나는 계약이나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법리)와 법 자체를 무효로 만들 수 있는 헌법재판 절차가 존재한다. 그것도 만능은 아니다. 그래서 “법대로 합시다”가 되레 뻔뻔한 항변이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법원은 이런 경우 가급적 조정으로 원만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반면 법이 부당해서가 아니라 당사자 간의 불평등한 관계 때문에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근로계약 관계이다. 노동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일주일에 하루는 ‘유급 휴일’을 보장해야 한다. 하루 8시간을 넘게 일한 노동자에게 시급을 50% 더 줘야 한다. 일을 하다가 다치면 치료비는 물론 치료하며 쉬는 기간에 대한 임금도 지급해야 한다. 임금을 한 달에 한 번 늦지 않게 줘야 함은 당연하다. 임금·근로시간이나 근무내용을 담은 근로계약서는 반드시 문서로 작성해 교부해야 한다. 전체 근로자에게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근로조건(취업규칙)은 문서로 작성하여 공개할 의무를 지닌다. 사장 마음대로 임금을 깎는 등 근로조건을 나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이런 내용은 모두 노동법의 기본인 근로기준법에 담겨 있다. 이를 위반하는 행위는 모두 범죄다. 문제는 상담을 하다 보면 연장근로 가산수당은커녕 퇴직금이나 월급조차 제때 받지 못했다고 호소하는 근로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럴 때 노동부에 신고하라고 권유하면 “그러다 괴롭힘을 당하면 어쩌나요” 또는 “업계에 소문이 나면 어쩌죠?”라는 걱정스러운 답변부터 돌아온다. 사장과 근로자 사이의 ‘갑을 관계’가 존재하는 한 사장이 법을 어겨도 근로자는 불이익이 두려워 말도 못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노동법이 어느 정도 준수되는 기업은 노동부의 입김이 닿는 대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곳이다. 미디어에 비춰진 노동조합은 폭력 등 법질서를 훼손하는 집단으로 묘사되지만 실제 현장에서 겪어보면 노동조합은 사측이 노동법을 준수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그 회사 경영진의 비리까지 정화하는 역할도 한다. 즉, 노동조합은 편견과 달리 산업현장의 법치 실현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는 10%에 불과하다. 노동조합에 가입된 근로자도 대기업 정규직까지 포함해 10% 밖에 되지 않는다. 대기업도 아니고 노동조합도 없는 80% 이상의 근로자에게 노동법은 있으나 마나 한 법인 셈이다. 모든 기업을 대기업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 노동법이 준수되는 국가를 만들려면 누구나 쉽게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우선은 노동조합을 적대시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이라는 편견을 조장하는 언론 환경부터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변호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3. 3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4. 4‘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5. 5[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6. 6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7. 7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8. 8“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9. 9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0. 10[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5. 5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6. 6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7. 7북한 해커들, 바이낸스서 탈취한 자금 '2차 세탁' 중
  8. 8[속보] 北김여정, 바이낸스 사태에 "美 정치적 도발…예의주시"
  9. 9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10. 10李대통령 부부 등 순방단 명단 개인정보 유출 경찰 내사 착수
  1. 1부산 매출 1위 ‘본사 이전’ HMM…전국 매출 1000대 기업 부산 31곳
  2. 2‘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3. 3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4. 4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5. 5[뭐라노] ‘김해공항 최장노선’…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6. 6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7. 7“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8. 8“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9. 9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10. 10[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5. 5[뭐라노]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뒷북 안전펜스
  6. 6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7. 7[속보]李 정부 초대 공소청 수장 후보자 3인 압축 전망
  8. 8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9. 9노사 마찰에 현대차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 이틀째 중단
  10. 10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1. 1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2. 2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3. 3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4. 4[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5. 5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8. 8“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9. 9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10. 10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호감과 비호감 사이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내년 확장예산, 지방 성장동력 확보 마중물 돼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