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문재인 케어’를 둘러싸고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케어’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려고 중증 고액 질환을 중심으로 치료에 필요한 3800여 개 비급여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2022년까지 30조6000여억 원을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올릴 계획이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지만, 과잉 진료로 건보 재정 적자 부담이 커지면서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정부는 전년보다 많은 2조4000억 원을 썼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63.8%로 1.1%포인트 올리는 데 그쳤다. 이런 추세면 2022년까지 70%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올해 건보 재정 적자는 3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시민이 주로 이용하는 동네의원의 비급여 진료가 크게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기며 ‘문재인 케어’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동네의원의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전년보다 3.2%포인트 올라간 22.8%에 달했다. 이는 급여 항목이 늘어나자 줄어드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도수 치료나 영양주사 같은 비급여 진료를 이전보다 늘리거나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를 살펴봐도 알 수 있다. A병원은 지난해 4월 비급여에서 급여로 바뀐 상복부 초음파(1만5000원)를 받으러 온 환자에게 비급여 항목인 비뇨기계 초음파(13만 원)를 추가로 받도록 했다. 지난 2월에는 비뇨기계 초음파가 급여화되자 치료재료 명목으로 10만 원짜리 비급여를 끼워 넣었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고 있지만, 새 비급여가 끊임없이 나오면서 건보 재정 부담이 커진다. 비급여 비용은 의료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다. 도수 치료만 해도 의원따라 1000원에서 30만 원짜리까지 제각각이다.
중장년층에 많이 생기는 백내장에 과잉 진료를 하는 사례 탓에 병원·보험사 간 분쟁이 늘어 금융감독원은 이를 실손의료보험 보장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이런 비급여 진료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가입자 수가 3400만 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먼저 실손보험이 있느냐고 묻는다. 의료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이 수익을 위해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진료를 권해도 묵과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건강 염려증으로 병원 쇼핑을 하는 환자도 문제다. 지난해 10월 뇌 MRI에 건보가 적용되면서 경증 환자들도 MRI를 찍으면서 건보 지출이 크게 늘었다. 이에 정부가 내년 3월부터 가벼운 증상으로 이용할 때는 자기부담률을 높이기로 했지만, 근본적 대책이 될지는 의문스럽다. 내년에는 어깨·허리 MRI도 건보가 적용되면서 재정 악화가 심화할 수 있다.
올해 건보 재정 적자와 함께 실손보험 손해율도 지난 상반기 기준 129.1%로 치솟았다.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많다 보니 보험사들은 내년에 보험료를 20% 가까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40세인 실손보험 가입자가 70세에는 지금보다 17배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의료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의 정책이지만, 건보료와 실손보험료가 오르면 국민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문재인 케어’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를 악용하는 의료계의 과잉진료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병원이 실손보험사에 직접 치료 영수증 등을 보내 가입자가 보험금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환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용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의료계에는 비급여 등의 진료수가가 노출되면 병원 매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고 보상 청구 절차 자체를 떠안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정부는 다양한 과잉진료 대책을 세우고 비급여진료를 관리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고 의료 쇼핑을 하는 사람이 없도록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의료과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