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와 지난해 모두 7명이 부산항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들 대다수는 수십 t에 달하는 컨테이너에 깔리거나 끼어 숨졌다. 그야말로 참담한 죽음이다. 더욱더 안타까운 건 죽거나 다친 이가 대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지난해 12월 김용균 씨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후 ‘죽음의 외주화’는 대한민국 화두였다. 오랜 진통 끝에 ‘김용균법’이 탄생했지만, 죽음의 외주화는 부산항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부산항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죽음의 릴레이를 끝내려면 사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지난 15일 20대 검수사가 컨테이너에 끼어 사망한 사고 직후인 19일 부산항 신항에서 긴급간담회가 열렸는데 여기에 참석한 부산해양수산청과 부산항만공사 관계자의 말을 곱씹어보면 희망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두 기관 모두 최근 3년 새 사망사고가 급증한 이유를 묻는 윤준호(해운대을) 국회의원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신항은 민자부두라 정부나 항만공사의 관리·감독권이 없다”고 변명하는 데 그쳤다. 제도의 허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항만 김용균’ 사망에 앞서 6명이 끔찍한 죽음을 맞았을 때는 왜 별다른 말이 없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언론의 문제 제기와 윤 의원의 질타가 없었다면 과연 이들이 제도 개선에 나섰을지 아직도 의문이 든다.
두 기관은 사고 며칠 뒤 검수업체 등록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영세업체가 난립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숙련된 노동자를 고용하기 어려운 구조가 안전사고를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번 ‘항만 김용균’ 사고는 교육생이 하역차량을 몰다 발생했다.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이것이 문제 해결의 본질일 수는 없다. 근원적 예방책은 사실상 ‘치외법권’ 지대인 민자부두에 정부의 관리·감독권을 강제하고 강화하는 일이다. 윤준호 의원의 ‘항만 김용균법’ 제정 약속은 작은 위안이 된다. 하지만 제1 야당의 몽니로 꽉 막힌 국회 일정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기만 하다. 설사 법이 제정되더라도 두 기관의 태도가 사고 예방에 적극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부산항 노동자의 안전 강화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내년 이맘때에는 부산항 물동량 추이에만 급급한 부산항만공사 부산해양수산청의 모습 대신 1년간 단 한 건의 사망사고도 일어나지 않아 ‘죽음의 릴레이’의 종결이 선언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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