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직업인지라, 예나 지금이나 주위에서 흔히 듣는 소리가 있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뉴스보다는 밝고 희망찬 뉴스를 좀 더 많이 언론에서 볼 수 없느냐는 얘기다. 세상이 나쁜 소식 일색이지는 않겠지만, 부정적인 면을 주로 들춰내는 언론의 속성을 꼬집는 말이기도 하다. 그다지 틀리지 않은 지적이다. 그때마다 언론 본연의 비판적 기능 운운하며 원론적 답변을 하기는 해도, 궁색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또한 과유불급이겠지만 만사를 ‘삐딱하게’ 보는 습성이 세상을 그나마 이 만큼 바꿔왔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의 끝자락에 섰다. 저마다 1년의 소회를 되새기며 새해 희망을 다짐하는 날이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더 나은 한 해를 위한 덕담이 오가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니 오늘 만큼이라도 보다 희망찬 얘기를 하는 게 도리다.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 탓인지, 지나온 한 해에 아쉬움만 잔뜩 남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다. 아마 연말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막장 드라마의 영향도 없지 않은 듯하다. 새해 희망은커녕 절망감만 더하는 정치권 행태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그렇다 치자. 눈길을 부산으로 돌려도 답답한 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아서다.
부산시는 며칠 전 시민, 언론인, 공무원 등 4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선정한 올해의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1위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성공적 개최였고, 사람 중심 보행도시 조성, 전국 최초 난임 지원 바우처 사업, 안전속도 5030 전면 시행, 도시철도 1·2호선 급행열차 도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부산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의미 있는 행사였던 만큼 1위 뉴스로 충분히 평가받을 만했다. 나머지 10대 뉴스 역시 시민 행복을 기치로 내건 부산시의 주요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다. 보다 근본적인 시민 행복을 위한 경제 등 민생 관련 뉴스가 눈에 띄지 않아서다. 물론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 부산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겠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하긴 부산시의 경제사령탑 역할을 했어야 할 전임 경제부시장이 개인 비리로 사법처리된 마당에 기대 자체가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상황이 이러니 시가 발표한 올해의 10대 뉴스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보도된 일련의 비관적인 뉴스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중 하나가 부산지역 대학의 지난해 취업률이 전국 17개 시·도 중 꼴찌라는 교육부 조사 결과다. 또 하나는 부산의 올해 출생아 감소율이 전국 8대 도시 중 최고라는 소식이다. 물론 이젠 그다지 놀랄 만한 이야기도 아니다. 전국 최악, 전국 꼴찌를 달리는 지표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부산의 출산율은 전국 최저였고, 청년 인구 비율, 청년 실업률, 인구 순유출 등도 하나같이 최악 수준이다. 저출산 고령화에다 장기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는 더는 새삼스러운 뉴스가 아니다.
부산시로서는 이런 부정적인 뉴스만 쏟아내는 지역언론이 야속할 법도 하다. 경제는 심리라는데, 되레 지역을 더 수렁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불만일 터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거돈 시장이 최근 대놓고 이를 드러냈다. 지난 24일 시청에서 열린 부산미래경제포럼 자리에서다. 내년 경제 전망을 둘러싸고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조차 부정적인 분석이 이어지자 막판 발언에 나선 오 시장은 “내년 부산 경제에 긍정적인 상황과 지표가 있는데 왜 그런 건 말하지 않느냐”며 역정을 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근 지역경제의 성과를 일일이 열거하며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오 시장의 속내에는 희망의 뉴스를 전하지 않고 비판 일색인 언론에 대한 불만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라는 게 온갖 정책을 쏟아내도 단박에 좋아지기 힘든 게 사실이니 오 시장의 답답한 마음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물론 그의 언급처럼 일부 호전되는 지역의 여러 지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부정적인 지표는 외면한 채 장밋빛 희망만 전한다고 해서 상황이 결코 나아질 수는 없다. 희망을 말하는 게 잘못은 아니나, 여기엔 철저한 현실 인식이 바탕으로 깔려야 옳다.
내년이면 오 시장 임기도 반환점을 돌게 된다. 임기 초 다양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올 한 해 시정은 불미스럽고 다소 혼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내년은 올해의 철저한 분석과 반성에서 시작돼야 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덕담은 못할지언정 쓴소리를 하는 게 ‘직업병’ 탓도 있겠지만 시정에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부디 내년엔 부산에 희망적인 소식이 보다 많이 전해지길 바란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