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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한눈팔며 천천히 가기 /김재원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02 18:57:57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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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회에서는 꾸물거리다간 낙오되기 쉽다. 행동이 느려서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 어떻게 하든 남보다 앞서야 살아남는다. 한 번 뒤처지면 앞서 간 사람들을 따라 잡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니 차도 빨리 몰아야 하고 밥도 빨리 먹어야 야단맞지 않고 공부도 선행 학습을 해야 남보다 앞서 갈 수 있다.

그러나 남보다 선두에 서는 것이 꼭 행복한 것일까. 그림책 ‘슈퍼 거북’을 보면 토끼를 이긴 거북이 나온다. 동물들은 슈퍼 거북이라며 환호한다. 거북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빨리 달리려고 온갖 노력을 한다. 그 결과 진짜 슈퍼 거북이 된다. 엄청 빠르게 달린다. 동물 마을에서는 완전히 인기 스타가 된다.

하지만 슈퍼 거북이 된 뒤로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언젠가 나타날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야 하니까.

슈퍼 거북에게 토끼가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경주 결과 거북은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피곤해서 졸다가 토끼에게 지고 만다.

반대로 슈퍼 토끼가 등장하고 거북은 쓸쓸하게 퇴장한다. 아무도 거북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거북은 힘이 빠진 걸음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대목이다.

“아주 오랜만에 단잠에 빠져들었지.” 슈퍼 거북일 때는 한 번도 단잠을 자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과속과 추월은 대형 사고를 부른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무모한 행동이다. 저속 운전과 양보는 남보다 늦기는 하지만 안전하다. 남보다 늦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그림책 ‘딴생각 중’을 보면 공부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가 나온다. 학교에 가면 날마다 지적을 받고 혼이 난다. 선생님은 부모님을 학교로 불러 아이의 문제점을 알려준다. 부모님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도 가보고 애를 써 보지만 아이의 한눈파는 버릇을 좀처럼 고칠 수가 없다. 아이는 좋은 대학에 못 가고 큰 회사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어디를 가나 누구에게나 문제아로 손가락질을 받는다.

그러나 어른이 된 아이는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다. 자신에게는 상상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늘 딴생각을 하면서 공상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엉뚱한 이야기를 짓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상상력을 펼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며 낸다. 어쩐 일인지 이야기를 쓰는 동안에는 한눈팔지 않고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다 쓴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자 수많은 독자가 공감하고 격려 편지를 보내주었다.

그는 비로소 자신감을 갖고 유명작가로 살아가게 된다. 허구 같은 이야기지만 지은이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어릴 때 문제아로 지적받은 아이가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된 경우는 하나 둘이 아니다. 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소홀히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정서적인 안정감이다. 성적에만 신경을 쓸 뿐 자녀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사실 알고 보면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편안한 마음인데….

제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감정의 기복이 심하면 언젠가는 나쁜 쪽으로 폭발할 수 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으면 마음이 요동친다.

부모가 채근하는 대로 성적만 뒤쫓다 보면 삶의 의미와 목적마저 상실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성적만 좋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른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날마다 지독한 경쟁에 시달리고 근무 평가에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다 보면 생의 의지마저 꺾일 수 있다.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자리에 올라야만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평범한 소시민이라도 마음 편하게 살면 그게 가장 큰 행복이다. 우리도 굶지 않고 세끼 밥을 먹는 수준에는 이르렀다. 이제부터는 한눈팔며 천천히 가는 것도 필요하다.

경쟁사회의 부작용 탓에 ‘힐링’이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실적을 높이고 남을 따라내기 위해서는 긴장하고 예민해져야 한다. 그게 심해지면 병든 사회가 되고 많은 사람이 정신 질환을 앓게 된다.

사람들은 힐링하기 위해 숲을 많이 찾는다. 가볍게 산책하거나 산길을 걷는 것은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앞서가면 어떻고 내가 남보다 뒤처지면 어떤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걸으면 행복감이 밀려온다. 돈이나 지위로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일상의 ‘작은 행복’이다.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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