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수훈 칼럼]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02 19:42:26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19년 한 해 한일 관계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문제를 위시한 역사 갈등에 더해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로 인해 한일 간에 유례없는 경제전쟁까지 벌어졌던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소미아’ 즉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유예 결정으로 안보 갈등마저 더해졌다. 한일 관계가 이렇게 역사 갈등, 경제전쟁, 안보 갈등 등 다차원적인 갈등 관계를 보인 것은 전에 없던 일이었다.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은 지난해 연말에 접어들어 경제전쟁이 한풀 꺾이는 분위기로 변하였고, 두 정부 간 대화 무드가 조성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우리 총리의 일본 방문이 있었고 국회의장의 방일도 이어졌다. 한편, 우리 정부는 끈질기게 경제 보복조치를 철회할 것을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단호하게 밝혔다. 지소미아 카드는 미국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에 대한 국장급 정책대화를 열기로 했고, 우리 정부는 병행적으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조건부로 유예하기로 했다. 갈등의 지속이 양국 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대화·외교만이 유일한 출구라는 인식이 두 정부를 대화 테이블에 앉게 만들었다. 이 같은 양측의 노력 결과 지난달 25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나 한일 정상회담을 열게 되었던 것이다. 2018년 9월 이후 15개월 만의 한일 정상회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려면 직접 만나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도 이에 화답했다.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고 규정했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연설에서 이 삼국관계를 ‘운명공동체’라고 말한 문 대통령의 또 다른 발언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매우 의미심장한 말이라 하겠다.

2020년 새해 벽두에 생각해보는 한일 관계 역시 바로 이 문제로 귀착된다. 한일 관계에서 ‘불편함’이란 어디서 오고 ‘멀어질 수 없는 사이’란 어떻게 유지·발전시켜나갈 수 있는가? 한일 관계를 걱정하는 양국의 정부와 국민은 이 질문을 지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불편함이란 과거 한반도에 대한 일제의 식민 지배로부터 이어지는 여러 가지 과거사 문제로 인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재생산된다. 불편함은 과거사에서 파생되는데, 그것은 시기에 따라 이슈가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어떤 시기에는 교과서 문제이다가 야스쿠니 신사이다가 하는 식으로 발현되는 모양이 달랐다. 지금 시기는 위안부 문제와 징용 문제가 불편함의 근원이 되고 있다.

과거는 지울 수도 망각해버릴 수도 없다. 이제 시간이 충분히 흘렀으니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후손에게 이런 골치 아픈 문제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입장이 존재한다.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역사 인식의 결핍에서 비롯되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고 한 규정은 이런 인식을 잘 드러내준다. 그리고 이 인식은 일본 정부에만 있는 게 아니라 한국의 엘리트층에도 위력을 떨치고 있다.

20년도 전인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의회 연설에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을 제안하면서 “일본은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과거는 대충 정리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말이 아니라, 과거를 직시하는 가운데 경제·문화 및 인적 교류 등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넓혀가자는 방향을 제시했던 것이다.

이후 역사 직시와 미래지향적 협력이라는 두 과제를 담은 우리 정부의 대일외교 기조가 수립됐다. 이른바 ‘투 트랙 외교’ 기조다. 문재인 정부의 대일외교도 ‘투 트랙’ 기조에 서 있으며,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에게도 이 기조를 밝혀 왔다. 첫 번째 트랙이 과거를 직시하면서 지혜를 모아 극복의 노력을 기울이는 과제라면, 두 번째 트랙이 경제·문화 및 인적 교류 분야의 실질적 협력인데 바로 ‘멀어질 수 없는 사이’와 직결되는 과제다.

투 트랙 외교는 실제로 구사하기 매우 어렵다. 두 개 트랙을 가능한 한 분리해 관리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과거사 문제로 갈등이 발생하면 좌절감도 생기고 인내심도 고갈되기 마련이어서 실질적 분야의 협력을 깨버리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기 십상이다. 상대에 대한 인식도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많아진다. 신뢰의 위기가 야기되기 좋은 토양이 된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취한 경제보복 조치는 투 트랙외교기조를 훼손한 사례다.

청두에서 정상회담 후 지난해 연말 아베 총리가 일본 한 텔레비전에 나와 문 대통령을 두고 “매우 언행이 부드러운 신사”라 덕담을 하고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관계를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대화와 만남을 강조한 메시지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올해 이 같은 대화와 만남을 중시하는 흐름이 이어져 투 트랙 외교 기조가 회복되기를 기원한다. 한일 두 정상은 이미 셔틀외교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한일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왕도는 대화밖에 없고, 대화가운데 정상 대화가 가장 최상위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여름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일본으로서는 국가적 대사라 할 이벤트다. 이웃 국가인 우리는 당연히 성공적 개최를 위해 지원을 다 해야 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아베 총리가 참석했듯이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게다가 여자스피드스케이팅 결승전에서 이상화 선수와 고다이라 선수가 보여준 것과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재연되어 한일 관계가 멀어질 수 없는 사이, 난관이 있어도 미래로 나아가는 사이임을 입증했으면 좋겠다.

경남대 교수·전 주일대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근교산&그너머] <1485> 경북 영주 ‘무섬길’
  2. 2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3. 3“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4. 4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5. 5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6. 6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7. 7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8. 8조선의 궁인데…이름도 옷도 서양식 K-사극, 판타지 세계관 확장 통할까
  9. 9비스텝 원장 6개월 공석 될 판…내년 사업 어쩌나
  10. 10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1. 1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2. 2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3. 3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4. 4“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5. 5與 ‘조작기소특검법’ 5일 처리 추진…국힘 “모든 안건 필버”(종합)
  6. 6국힘 “미래기금, 총선용 사금고” 민주 “세수 변동 대비 안전장치”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9. 91호기 명단 유출 파일 'MOFA(외교부) 형식, 유출 경위 파악에 주력
  10. 10국회의원 치적 ‘또’ 홍보한 김형찬 전 강서구청장 기소
  1. 1비스텝 원장 6개월 공석 될 판…내년 사업 어쩌나
  2. 2철새도래지서 즐기는 하이엔드 커피
  3. 310월 세계 선박 발주량 반토막…韓 점유율은 22% ‘존재감’
  4. 4쿠팡 Inc 올해 누적적자 2조 육박 ‘역대 최대’(종합)
  5. 5벡스코 ‘26분 정전’ 원인은 합선…노후 전력설비 개선 추진
  6. 6美 의회 장악 민주, AI 규제하나…韓 반도체 업계 촉각
  7. 7대양전기공업 배당성향 30%로…주주가치 제고
  8. 830대그룹 美 계열사 10년새 232% 급증
  9. 9고속철도 통합 이후 하루 32만 명 탑승… 전년 동기보다 12.6% ↑
  10. 10“극지연구 데이터 사업화, 기업 신성장 동력으로”
  1. 1“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2. 2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3. 3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4. 4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5. 5“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6. 6기장 리조트 참사 시공사 대표 중형 구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5일
  8. 8“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9. 9폭염에 냉방 꺼 ‘갑질 논란’ 기업, 불법 하도급 의혹 추가
  10. 10전남광주 순천대·경북 경국대 ‘지역의대’ 신설
  1. 1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2. 2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3. 3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4. 4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5. 5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6. 6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7. 7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8. 8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9. 9[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10. 10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선출 권력 통제
등골 프로텍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건강 불평등 해소한다더니…취약지역 외면한 의료버스
AI 악용 부정행위, 수능 공정성 지킬 대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