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해리 후디니(1874~1926)는 ‘탈출 마술’의 대가로 불렸다. 쇠사슬에 몸이 묶여 거꾸로 매달렸어도, 은행금고에 갇혔어도, 심지어 손발에 수갑과 족쇄가 채워진 물속에서도 그는 귀신처럼 빠져나왔다. 그와 맞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데이비드 카퍼필드도 사라지기와 공간이동 마술로 관객들의 넋을 빼놓았다.
교도소에서도 마술 같은 탈옥이 간혹 일어났다.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대표적이다. 5년 전 그는 독방 샤워실 바닥에서 1.5㎞ 길이로 파낸 땅굴을 통해 사라졌다고 한다.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그는 6개월여 만에 붙잡혔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래서 땅굴이 아닌 다른 방법, 예컨대 고위관계자 매수로 탈출했을 거라는 추측이 나올 만하다.
국내에서는 1997년 신창원의 부산교도소 탈옥이 희대의 사건이다. 그는 작은 쇠톱으로 감옥 안 화장실의 사방 30㎝ 환풍구 쇠창살을 자르고 빠져나갔다. 이를 위해 매일 음악방송 시간마다 톱질을 하고, 수개월간 체중을 20㎏ 줄였다는 것이다. 2012년 최갑복의 대구 경찰서 유치장 탈옥도 그에 못지 않다. 그는 가로 45㎝, 세로 15㎝의 배식구와 13.5㎝ 간격의 1층 쇠창살을 잇따라 통과했고, 연고 등을 몸에 발라서 미끄럽게 만들었다는 말에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요즘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의 대담한 일본 탈출극이 화제다. 사건은 지난해 연말 일어났지만 그의 탈출과정을 둘러싼 여러 의문과 행적 등에 대한 보도가 새해 들어서도 끊이지 않는다. 특별배임 등의 혐의로 일본 법원에 의해 가택 연금된 그가 삼엄한 감시의 눈을 피해 음향장비 수송용 하드케이스에 몸을 숨기고, 그 화물이 실린 자가용 비행기로 일본을 벗어났다는 진술 등은 한 편의 첩보영화를 보는 듯하다. 더구나 탈출 전 도쿄의 자택에서 유명 할리우드 제작자와 만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걸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어제 일본 NHK가 이런 내용을 전했다. 곤 전 회장이 탈출할 때 오사카 간사이공항의 그 비행기에 반입된 여러 수하물이 엑스레이 검색을 받지 않은 걸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곤 전 회장은 오는 8일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그가 어떤 말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탈출로 여기저기 감시망이 뚫리고 발칵 뒤집힌 일본 당국으로서는 여간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