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은 누구나 ‘12지지(十二地支)’에 따라 열두 종류 짐승과 관련된 ‘띠’가 있다. 쥐로 시작해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등 열두 동물은 각각 지정된 해에 태어난 사람과 정신적 유대를 가진 것처럼 대접받는다. 이러한 띠는 마치 혈액형으로 사람 성격을 판단하는 것과 비슷하게 그 띠를 가진 사람의 성격과 같이 생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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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재 정선 작 ‘수박 서리하는 쥐’(간송미술관 소장). |
올해는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다. 쥐는 12동물 중 첫 번째 동물이자 가장 작은 동물이다. 또한 인간 삶과 밀접한 동물이면서도 좋은 이미지로 자리 잡지 못한 동물이다. 쥐는 대개 작고 더러운 존재라는 취급을 받고, 인간 삶을 좀먹는 나쁜 이미지로 구축돼 있다. 농산물을 훼손하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자, 병을 옮기는 매개가 되는 치명적 존재다.
한편 사람 별명에도 쥐가 들어가면 대부분 약삭빠르고 정의롭지 못한 느낌을 받는다. 욕설에 쥐가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옛말 중에 태산이 떠나갈 듯이 떠들썩하나 실제 그 결과는 보잘것없음을 비유하는 ‘태산동명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라는 말 또한 부정적인 경우다. 속담에서도 쥐는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 “주린 고양이가 쥐를 만났다” 등에 나타난 쥐들도 늘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조선 시대 그림에 나타난 쥐도 썩 보기 좋은 존재가 아닐 뿐더러, 그림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지도 않는다.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의 그림 중에 쥐가 몰래 수박을 갉아 먹는 모습을 그린 ‘수박 서리하는 쥐(西瓜偸鼠)’가 있다. 신사임당의 유명한 그림과 매우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이 그림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선의 기세가 강하고 남성적인 그림과는 매우 다르다. 섬세한 필치에 채색을 넣어 사물을 구체적으로 그린 예민한 그림이다.
들쥐 한 쌍이 큼지막한 수박을 훔쳐 먹고 있는 모습이다. 쥐 한 마리가 수박 속을 파먹고 있는데, 이미 빨간 속살을 꽤 드러내고 있다. 또 다른 한 마리는 옆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망을 보고 있다. 수박 주위로 적당히 잎과 잡풀로 이루어진 공간은 몰래 수박을 훔쳐 먹기 좋은 공간이다. 그럼에도 작고 힘없는 쥐들은 늘 조심스럽다.
이러한 쥐들의 모습은 보통 탐관오리들이 민중을 착취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봉건주의 사회의 구석진 곳에서 힘 있는 자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평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그림이다.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