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내겐 넘버원 대동할매국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08 20:02:46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국수집을 나와 L선생에게 방금 먹은 국수 맛에 대해 품평을 청하자 그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렇듯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나는 제주도에서 춘자싸롱 국시 말고는 국시로 안 보네.”
소설가 성석제의 에세이 ‘춘자싸롱 멸치국수’ 한 대목이다. 십수 년 전 이 에세이를 읽자마자 제주도 표선면으로 달려갔다. 그곳에 ‘춘자싸롱’이란 국숫집은 없었지만, 양은냄비에 춘자 씨가 말아주는 국수를 파는 집은 분명히 있었다. 그때의 감격이란!. 벅찬 심정으로 국수 한 냄비를 맛있게 비운 나는 속으로 이렇게 지껄였다. “괜히 바다 건너 멀리 왔네. 그냥 강 건너 대동할매국수나 먹으러 갈 걸….”

대동할매국수, 더 무슨 수식어가 필요할까 싶다. 부산 김해는 물론이고 전국에서 국수 한가락 한다는 사람 치고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한 국숫집이다. 1959년 김해 대동면 초정리에 터를 잡은 이래, 가늘고 길어 장수를 기원하던 국수 가닥처럼 60년 세월을 꼬장꼬장 버텨왔다. 대동할매국수는 잔치국수와 다르고 멸치국수와도 다른, 그저 ‘대동할매국수’다. 스물여덟 꽃다운 나이에 홀로 된 ‘여인’이 ‘할매’가 되는 동안 대동할매국수는 그렇게 ‘유일한 것’이 되었고 또한 살아있는 신화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할매’가 붙은 음식점이 많다. 많은 사람이 이 명칭에서 고향의 맛을 기대하고 푸근함을 느낀다. 하나, 그 세월을 더듬어 보면 참 서글픈 명칭이다. 한국전쟁과 근대화를 거치는 동안 가장을 잃고 홀로 된 여인이 유난히 많았다. 기구한 운명이건만 어린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더러 행상을 하고, 더러 좌판을 깔고 음식장사를 했다. 상호 따위 가질 여유도 겨를도 없었다. 꽃다운 청춘 다 보내고 주름이 깊어질 즈음에야 남들이 붙여준 이름 하나 얻었으니, 바로 ‘할매집’이다. 대동할매국수 주동금 할매의 인생 역정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열여덟에 부산 대신동으로 시집가 살다가 스물여덟에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가 됐다. 살길이 막막해 딸을 데리고 친정 안막마을로 돌아왔다. 친정에서 안막장터 옆에 방 한 칸 딸린 집을 구해줬다. 큰 밑천 없어도 시작할 수 있어 택한 것이 장날 국수 장사다. 경험 없는 아낙의 국숫집이 잘될 턱이 없었다. 장꾼들은 죄다 근처 돼지국밥집으로 몰려갔다.

딴에는 잘 만든다고 멸치 대가리랑 내장을 발라내고 국물을 우렸는데 어느 날 손님이 그러더란다. “아까운 메르치 똥은 와 버리요.” 이때부터 대동할매국수 특유의 ‘멸치곰국’이 시작된다. 누리끼리한 색에 진한 감칠맛과 멸치 내장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어우러진 육수가 토박이 입맛을 사로잡았다. 돼지국밥처럼, 투박함은 익숙함으로, 멸치 특유의 감칠맛은 각별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육수가 워낙 진하니 제법 굵은 국수를 말아도 맛이 흐려지지 않는다. 지금이야 기계로 건조한 국수를 쓰지만, 바닷바람에 말려 짭조름하고 쫄깃한 구포국수와 만났을 초기엔 그 맛이 어땠을지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성석제 소설가와 L선생께는 죄송하지만, 멸치국수는 역시 ‘춘자싸롱’보다 ‘할매국수’가 한 수 위다. 맛 칼럼니스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9. 9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여자 그림이 달라졌다
  10. 10“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3. 3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4. 4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5. 5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7. 7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8. 8'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9. 9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10. 10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8. 8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7. 7[속보]혼자걷던 여성 5차례나 범죄대상 물색, 성폭행 혐의 30대 男 징역 4년 선고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10. 10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