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상징적 동물인 코알라(koala)는 순한 성격과 귀여운 생김새 덕에 지구촌의 사랑을 받아왔다. 본래 호주 원주민의 언어로, ‘물을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수분이 많은 유칼립투스 잎이나 새싹만을 먹어서다. 영장류가 아니면서 지문을 가진 것도 특이하다. 더구나 침팬지보다 코알라의 지문이 사람의 것과 가장 유사하다는 사실이 과거 호주 대학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심지어 손바닥 곡선의 패턴도 인간과 흡사하다고 한다.
그런 코알라가 멸종 위기에 몰렸다. 호주 남동부의 거대 산불 탓이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산불이 새해 들어서도 계속되면서 최소 8000마리의 코알라가 죽은 걸로 추정된다. 서식지는 80%가 파괴됐다. 그래서 ‘기능적 멸종상태’로도 불린다. 이는 어떤 종의 개체 수가 너무 줄면 생태계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역대 사례로는 인도네시아 산불이 자주 꼽힌다. 1997년에만 해도 170만 헥타르 면적이 불타면서 연무가 동남아 일대를 뒤덮었다. 특히 ‘지구의 허파 ’격인 보르네오 열대우림이 잿더미로 변한 게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산림파괴로 지구 공기정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해 산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전 세계의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량의 13~40%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더 실감 난다. 미국 캘리포니아도 산불 다발로 악명 높다. 2년 전에는 최대 규모로 발생해 서울의 약 두 배인 11만7000헥타르를 태웠고, 연기가 4800㎞ 떨어진 뉴욕에까지 날아갈 정도였다.
그에 비해 이번 호주 산불은 최악이다. 지난 8일 현재까지 25명이 사망했고, 동물 9억여 마리가 희생됐다. 피해 청구만 약 9000건, 5656억 원에 이른다. 면적으로는 아이슬란드와 맞먹는 1000만 헥타르가 피해를 입었다. 연기는 그제 남미 아르헨티나에까지 도달했다는 소식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전 세계 유명 인사들과 각계의 구호성금이 잇따르는 게 그나마 다행스럽다. 얼마 전 캥거루 한 마리가 새까맣게 타서 숨진 사진이 공개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더 움직인 듯하다.
기후 변화가 호주 산불의 근본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온 상승으로 가뭄이 길어지고 폭염이 빈발하면서 화재가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할 확률이 아주 높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온난화가 산불을 초래하고, 산불이 다시 온난화를 심화시키는 격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코알라든 사람이든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