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감성터치] 당신, 괜찮은가요 /이정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12 19:13:31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89년에 방영한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를 보며 자란 나로서는 참 아쉽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소년 ‘아이캔’이 아버지를 찾아 우주로, ‘별’나라로 떠났는데…, 진짜 2020년이 되고 보니 ‘별’ 볼 일 없다. 별 볼 일 없는 와중에 2019년부터 진행되던 생업은 아직 마무리 못 했다. 별일 없이 살아도 일을 해야 사는데 2020년이 시작되자마자 여행을 떠나게 됐다. 고등학교 동창과 잡아놓은 제2회 수학여행.

여행은 시간 있을 때 가는 것이 아니라 갈 시간을 일부러 빼는 것이라더니 정말 테트리스 맞추듯 스케줄 표를 이리저리 조정해야 했다. 이렇게까지 무리해야 하나, 싶은 순간이 꽤 많았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기어이 방콕으로 떠났다. 집에 두고 온 일이 많은데 나는 왜 그렇게 가려고 했을까.

하루 2만 보. 분명 힐링 여행을 계획했는데 우리는 극기 훈련하듯 걷고 또 걸었다. 사흘 동안 오전 6시에 일어나 새벽 늦게 잠들었다. 만나지 못한 시간 동안 쌓아놓은 이야깃거리를 토해내느라 우리는 24시간이 모자랐다. 한국보다 2시간이 느린 곳이라 그만큼 시간을 벌어놓고 시작한 여행인데 말이다.

누군가에게 내 몸을 맡기는 일은 어색하다.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의 신체를 짧으면 삼십 분 길면 두 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 풀어주다니 황송하다. 방콕에서 이 황송하고 민망한 마사지를 매일 한 시간 받았다. 마사지를 받는 동안 마사지사가 내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Are you okay? 괜찮아요?”였다. 뭉친 근육에 자극이 올 때마다 헉,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괜찮을 리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들에게 “Okay”라고, “괜찮다”고 말했다. 죽을 만큼 아팠지만 시원했고 시원해서 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괜찮다는 말에 그녀들은 꼭 이렇게 대답했다. “Thank You.” 그저 형식상 주고받는 대화로 마사지 부위가 달라질 때마다 해야 하는, 매뉴얼에 있는 멘트일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 말을 주고받았다.

마지막 날 마사지를 받다가 첫 괜찮느냐는 질문이 지나갔고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좋으냐, 만족하냐, 는 질문도 있는데 왜 괜찮냐고 묻는 것일까?’ 그리고 또 생각했다. ‘나는 진짜 괜찮은 건가?’ 사실 완벽하게 괜찮지는 않았다. 나의 첫 고양이 봉순이가 14살이 되던 1월 1일 밤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봉순이가 병원에 입원한 사흘 동안 나는 자주 울었는데 동생은 그때마다 내게 울지 말라고 다그쳤다. 마지막 면회 때 마음의 준비를 하라던 의사의 말을 동생에게 전달하던 나는 동생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전화기 너머 동생은 아이처럼 크게 엉엉 울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이 퍼뜩 들었다. 봉순이를 돌보던 사람은 동생이었는데 동생이 괜찮을지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도망치듯 여행을 떠난 친구들도 모두 힘들 것이다. 육아와 살림과 직장일과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로 고생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걸었던 것은 생활에서 유지하던 긴장감을 놓지 못했거나 생활에서 도망치려는 마음이 그만큼 커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괜찮냐는 저 한마디를 듣고 싶어서, 괜찮다는 대답을 하고 싶어서, 이곳으로 떠나온 것은 아니었을까. 나와 친구들만 그럴까. 주변 사람들을 떠올려보니 모두가 생활에 쫓기듯 지내고 있었다. 그 사람들도 여행을 보내면 이만큼 많이 걸을 것이다.

4개월 가까이 무겁게 뭉쳐 있던 어깨가 찌릿하다. 나도 모르게 흐억, 소리를 냈더니 괜찮느냐는 질문이 온다. 나는 나를 죽였다가 살려내는 그 작고 따뜻한 손을 향해 괜찮다고 대답했다. 괜찮다고 대답하니, 정말 괜찮은 것 같다. 잠시 후 고맙다는 말이 온다. 내가 괜찮은데 왜 당신이 고마운 건가요. 다시 못 볼 사람의 말이 나를 울컥하게 만든다. 그리고 다짐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고생하는 우리 모두의 손을 향해 물어봐야겠다고. 당신, 괜찮은가요? 저쪽에서 괜찮다는 말이 오면 말해줘야지. 고맙다고. 당신이 괜찮아서 정말 고맙다고.

소설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2. 2[근교산&그너머] <1485> 경북 영주 ‘무섬길’
  3. 3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4. 4“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5. 5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6. 6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7. 7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8. 8조선의 궁인데…이름도 옷도 서양식 K-사극, 판타지 세계관 확장 통할까
  9. 9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10. 10비스텝 원장 6개월 공석 될 판…내년 사업 어쩌나
  1. 1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2. 2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3. 3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4. 4“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5. 5與 ‘조작기소특검법’ 5일 처리 추진…국힘 “모든 안건 필버”(종합)
  6. 6국힘 “미래기금, 총선용 사금고” 민주 “세수 변동 대비 안전장치”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9. 91호기 명단 유출 파일 'MOFA(외교부) 형식, 유출 경위 파악에 주력
  10. 10[속보]李대통령, 사랑제일교회 향해 “버티면 된다는 건 세상에 없어”
  1. 1비스텝 원장 6개월 공석 될 판…내년 사업 어쩌나
  2. 2철새도래지서 즐기는 하이엔드 커피
  3. 310월 세계 선박 발주량 반토막…韓 점유율은 22% ‘존재감’
  4. 4쿠팡 Inc 올해 누적적자 2조 육박 ‘역대 최대’(종합)
  5. 5美 의회 장악 민주, AI 규제하나…韓 반도체 업계 촉각
  6. 6벡스코 ‘26분 정전’ 원인은 합선…노후 전력설비 개선 추진
  7. 730대그룹 美 계열사 10년새 232% 급증
  8. 8대양전기공업 배당성향 30%로…주주가치 제고
  9. 9“극지연구 데이터 사업화, 기업 신성장 동력으로”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4일
  1. 1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2. 2“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3. 3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4. 4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5일
  6. 6“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7. 7폭염에 냉방 꺼 ‘갑질 논란’ 기업, 불법 하도급 의혹 추가
  8. 8기장 리조트 참사 시공사 대표 중형 구형
  9. 9“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10. 10전남광주 순천대·경북 경국대 ‘지역의대’ 신설
  1. 1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2. 2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3. 3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4. 4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5. 5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6. 6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7. 7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8. 8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9. 9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10. 10[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선출 권력 통제
등골 프로텍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건강 불평등 해소한다더니…취약지역 외면한 의료버스
AI 악용 부정행위, 수능 공정성 지킬 대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