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년 태국 샴(Siam) 마을에서 기이한 쌍둥이가 태어났다. 갓 태어난 쌍둥이가 서로 가슴과 허리 부분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는 1개의 수정란이 분화하면서 2개로 분리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발생하는 기형이다. 두 명이 한 몸을 공유하는 형태가 되거나, 두 개의 독립된 신체 일부분(머리, 등, 엉덩이)이 붙은 모습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사산되지만, 드물게 건강하게 태어나 각각 개체가 독자적 인격을 갖고 생존하며, 이러한 기형을 처음 발견된 지명을 따 ‘샴 쌍둥이(Siamese Twins)’ 또는 ‘결합 쌍생아(Conjoined Twins)’라 한다. 신생아 출생 약 20만 명당 1명 확률로 생기며, 조선 시대 실록에도 샴 쌍둥이 기록이 있다.
다른 동물에게도 ‘샴 쌍둥이’ 기형이 있다. 머리가 둘 달린 쥐·도마뱀·송아지는 물론이고, 머리가 5개가 달린 뱀도 발견됐다. 삼재(三災)를 막아준다는 머리 셋 달린 삼두조(三頭鳥)나 지하세계 입구를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케르베로스) 등은 전설과 신화에서 행운이나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불교경전에도 하나의 몸에 두 개 머리를 가진 ‘공명조(共命鳥)’가 나온다. 극락정토에 사는 아름다운 새로 각각 이름은 ‘가루다’와 ‘우파가루다’였다. 이들 머리는 낮과 밤에 교대로 잠을 자는데, 어느 날 가루다가 자는 동안 우파가루다가 향기 좋은 진귀한 열매를 발견했다. 우파가루다는 열매를 혼자 먹었고, 잠에서 깬 가루다는 자신의 배가 부르고 향기로운 기운을 느껴 자초지종을 묻고는 분노했다. 앙심을 품은 가루다는 우파가루다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독이 든 열매를 먹었고, 한 몸을 공유하던 둘 다 결국 죽고 말았다. ‘교수신문’은 지난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택했다.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행복할 것이라고 서로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는 ‘운명공동체’라는 뜻이다.
샴 쌍둥이의 삶은 어떠했을까? 한 몸을 공유하면서 맞닥뜨려야 했던 수많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이들 대부분은 수명이 짧았다. 그런데 처음 발견된 태국 샴 쌍둥이인 창, 엥 형제는 드물게 64년을 생존했다. 감정이 틀어지면 주먹다짐도 했지만, 우애가 좋았다. 미국 서커스단에 입단해 큰 인기를 얻어 상당한 재산을 모았으며, 두 자매와 각각 결혼해 자식도 따로 있었다. 둘은 당연히 같은 날 사망했다. 또 다른 미국의 샴 쌍둥이 자매도 있다. 왼쪽 머리인 브리트니는 왼쪽 팔과 다리를, 오른쪽 머리인 애비는 오른쪽 팔다리를 움직이는데, 각자 움직이는 사지 외의 반대쪽은 감각이 없었다. 둘은 서로 협력해 운전면허도 땄다. 애비가 오른발로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을, 브리트니가 왼손으로 방향지시등을 담당했으며, 둘이 협동해 핸들을 조작했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서로 생명의 장기를 공유하고 있다면, 샴 쌍둥이 분리 수술은 불가능하다. 수술이 가능한 경우에도 이를 거부하는 쌍둥이도 있다. 우애가 두텁기도 하지만, 수술 후 상황이 두려운 탓이다. 장기와 신경을 한쪽이 조금 더 가져옴으로써 나머지 한쪽은 치명적 장해가 생기거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생명의 장기가 모두 한쪽으로 몰려 있어 분리수술을 받으면 한쪽은 죽게 되지만, 나머지 한쪽은 정상인으로 살 수 있는 샴 쌍둥이가 있었다. 죽음을 각오하는 쪽은 자매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기 원했으나, 나머지 한쪽은 정상인의 삶보다 기형으로 함께하는 짧은 삶을 택한 실화도 있다.
우리 모두는 ‘샴 쌍둥이’이다. 결코 혼자 생존할 수 없다. 가족이 또한 공명조이며, 노동자와 고용회사가 그러하다. 진보와 보수의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 사회도, 남북의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진 우리 민족도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다른 쪽도 생존할 수 없는 샴 쌍둥이이며 ‘생명공동체’이다. 이익과 욕심에만 눈이 어두워, 타인을 해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해치는 일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새해, 새날이 밝았다. 올해는 5000만 개 머리, 1억 개 날개를 가진 공명조가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며 힘찬 날갯짓을 하는 길몽을 잠시 꿈꿔본다.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