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샴 쌍둥이와 공명조 /한일용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13 19:55:53
  •  |   본지 2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811년 태국 샴(Siam) 마을에서 기이한 쌍둥이가 태어났다. 갓 태어난 쌍둥이가 서로 가슴과 허리 부분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는 1개의 수정란이 분화하면서 2개로 분리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발생하는 기형이다. 두 명이 한 몸을 공유하는 형태가 되거나, 두 개의 독립된 신체 일부분(머리, 등, 엉덩이)이 붙은 모습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사산되지만, 드물게 건강하게 태어나 각각 개체가 독자적 인격을 갖고 생존하며, 이러한 기형을 처음 발견된 지명을 따 ‘샴 쌍둥이(Siamese Twins)’ 또는 ‘결합 쌍생아(Conjoined Twins)’라 한다. 신생아 출생 약 20만 명당 1명 확률로 생기며, 조선 시대 실록에도 샴 쌍둥이 기록이 있다.
다른 동물에게도 ‘샴 쌍둥이’ 기형이 있다. 머리가 둘 달린 쥐·도마뱀·송아지는 물론이고, 머리가 5개가 달린 뱀도 발견됐다. 삼재(三災)를 막아준다는 머리 셋 달린 삼두조(三頭鳥)나 지하세계 입구를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케르베로스) 등은 전설과 신화에서 행운이나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불교경전에도 하나의 몸에 두 개 머리를 가진 ‘공명조(共命鳥)’가 나온다. 극락정토에 사는 아름다운 새로 각각 이름은 ‘가루다’와 ‘우파가루다’였다. 이들 머리는 낮과 밤에 교대로 잠을 자는데, 어느 날 가루다가 자는 동안 우파가루다가 향기 좋은 진귀한 열매를 발견했다. 우파가루다는 열매를 혼자 먹었고, 잠에서 깬 가루다는 자신의 배가 부르고 향기로운 기운을 느껴 자초지종을 묻고는 분노했다. 앙심을 품은 가루다는 우파가루다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독이 든 열매를 먹었고, 한 몸을 공유하던 둘 다 결국 죽고 말았다. ‘교수신문’은 지난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택했다.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행복할 것이라고 서로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는 ‘운명공동체’라는 뜻이다.

샴 쌍둥이의 삶은 어떠했을까? 한 몸을 공유하면서 맞닥뜨려야 했던 수많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이들 대부분은 수명이 짧았다. 그런데 처음 발견된 태국 샴 쌍둥이인 창, 엥 형제는 드물게 64년을 생존했다. 감정이 틀어지면 주먹다짐도 했지만, 우애가 좋았다. 미국 서커스단에 입단해 큰 인기를 얻어 상당한 재산을 모았으며, 두 자매와 각각 결혼해 자식도 따로 있었다. 둘은 당연히 같은 날 사망했다. 또 다른 미국의 샴 쌍둥이 자매도 있다. 왼쪽 머리인 브리트니는 왼쪽 팔과 다리를, 오른쪽 머리인 애비는 오른쪽 팔다리를 움직이는데, 각자 움직이는 사지 외의 반대쪽은 감각이 없었다. 둘은 서로 협력해 운전면허도 땄다. 애비가 오른발로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을, 브리트니가 왼손으로 방향지시등을 담당했으며, 둘이 협동해 핸들을 조작했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서로 생명의 장기를 공유하고 있다면, 샴 쌍둥이 분리 수술은 불가능하다. 수술이 가능한 경우에도 이를 거부하는 쌍둥이도 있다. 우애가 두텁기도 하지만, 수술 후 상황이 두려운 탓이다. 장기와 신경을 한쪽이 조금 더 가져옴으로써 나머지 한쪽은 치명적 장해가 생기거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생명의 장기가 모두 한쪽으로 몰려 있어 분리수술을 받으면 한쪽은 죽게 되지만, 나머지 한쪽은 정상인으로 살 수 있는 샴 쌍둥이가 있었다. 죽음을 각오하는 쪽은 자매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기 원했으나, 나머지 한쪽은 정상인의 삶보다 기형으로 함께하는 짧은 삶을 택한 실화도 있다.

우리 모두는 ‘샴 쌍둥이’이다. 결코 혼자 생존할 수 없다. 가족이 또한 공명조이며, 노동자와 고용회사가 그러하다. 진보와 보수의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 사회도, 남북의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진 우리 민족도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다른 쪽도 생존할 수 없는 샴 쌍둥이이며 ‘생명공동체’이다. 이익과 욕심에만 눈이 어두워, 타인을 해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해치는 일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새해, 새날이 밝았다. 올해는 5000만 개 머리, 1억 개 날개를 가진 공명조가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며 힘찬 날갯짓을 하는 길몽을 잠시 꿈꿔본다.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3. 3“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4. 4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5. 5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6. 6“‘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7. 7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8. 8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9. 9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10. 10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4. 4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5. 5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6. 6국감 후반 ETF·부동산 사찰 의혹 쟁점…김현지 증인 채택 두고는 여야 신경전
  7. 7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8. 8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9. 9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10. 10[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4. 4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5. 5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6. 6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7. 7‘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8. 8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9. 9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0. 10“HBM(AI 반도체) 패키지 경쟁은 얼마나 많이, 덜 손상시켜 붙이느냐의 싸움”
  1. 1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2. 2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3. 3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4. 4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5. 5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6. 6“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7. 7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8. 8[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9. 9해임 억울해 모금한다더니…초등제자 성추행 벌금 납부(종합)
  10. 10‘법조 파트너’ 격상돼 로펌행…수사정보 유출 ‘카르텔’ 우려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4. 4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5. 5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6. 6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7. 7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8. 8[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9. 9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10. 10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난 짜장”
은정이라는 이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면전환용 대법원장 탄핵, 민심이반 부른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예외규정 개선 필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