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인문적 바탕이 튼튼해야 /허동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14 19:26:21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승객 여러분, 버스에서 내릴 때는 환승을 하지 않아도 교통카드를 꼭 찍어주세요!’

시내버스 안에 붙어 있는 이 문구를 보고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버스 이용 승객의 이동경로를 빅데이터로 수집해 노선 신설이나 조정에 활용하겠다는 좋은 의도인 것은 알겠다. 하지만 개인이 언제 어디서 버스를 타고 내리는지 ‘데이터’가 다 수집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행정 당국은 이를 적극 장려한다. 여기에 참여하면, 추가로 요금 할인을 해주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말로도 다가온다.

모르는 사이에 빠져나가는 개인 정보는 어마어마하다. 휴대전화 앱을 하나 깔려면 위치부터 연락처, 통화내역까지 접근하겠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니 최첨단 기술의 종착지인 빅데이터 산업은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각광받는다. 모든 것을 계량·수치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게 수집한 정보로 실시간으로 소비자 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한다. 내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뜨는 광고는 나조차 생각하지 못한 나를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테크 자이언트(Tech Giant) 기업 아마존은 기술과 데이터를 이용해 이용자를 0.1명 규모로 세그먼트(데이터를 기억할 때 최소 단위)한다니 개개인 단위가 아니라 그보다 더 잘게 나눠 고객을 관리·분석한다는 뜻이다.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20’을 관통한 키워드는 결국엔 더 강력한 ‘디지털과 모바일’로 수렴된다. 인공지능, 5G, 네트워크, 빅데이터, 딥 러닝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영역을 이용해 기존 산업 간 경계를 허문다. 그리고 이들을 급속히 ‘통합’하는 게 혁신의 핵심이다. VR(가상현실)에 이어 AR(증강현실)까지, 공간 개념도 디지털을 바탕으로 재정립해야 할지 모른다.

2020년 새해가 되니 역사에 가속도가 붙어 점점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체감한다. 멀미가 날 정도인데, 발 딛고 있는 곳의 현실을 보니 역시 모든 것을 숫자로 판단하고 통계로 발표하고 그래프로 계량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건축법 제1조(목적)는 ‘건축물의 대지·구조·설비기준 및 용도 등을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프랑스 건축법 제1조는 ‘건축은 문화의 표현이다. 건축적 창조성, 건물의 품격, 주변 환경과의 조화, 자연적 경관, 도시 환경 및 건축 유산의 존중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로 시작한다.

얼핏 보면 둘 다 공공복리, 공공이익을 위한 것이라 비슷해 보여도 시작이 다르다. 대지·구조·설비기준 및 용도 등을 정하는 것부터 다루는 건축(법)과 ‘건축은 문화의 표현’이라고 전제하고 시작하는 건축(법)이 과연 같겠는가. 수치와 데이터부터 깔고 시작하는 것과 문화적 관점으로 먼저 받아들이는 것의 결과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예술과 문화는 수치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와 예술은 수치로 환산되는 유형의 것들을 빛나게 하는 무형의 바탕이다.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는 건축이 추구하는 기본 목표를 견고성(firmitas) 실용성(utilitas) 아름다움(venustas)이라고 했다. 이는 지금까지 구조·기능·미(美)라는 건축의 3요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추면 우리는 여전히 구조와 기능에 방점이 찍혀 있다. 결국, 아름다움을 놓치기 십상이다. 건축에서 아름다움은 단순히 보기에 좋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건축 안에 예술과 인본주의를 구현하는 것을 포괄한다.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은 진리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고전도 당대에는 고전이 아니었듯, 문화란 축적되는 역사를 바탕으로 시대를 개성 있게 관통하는 트렌드 같은 것이다. 새로운 10년을 여는 2020년이다.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건축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초불확실성의 상황에서 삶과 세상을 계량·수치화하는 것을 넘어 담대하고 깊은 인문정신을 만나야 한다. 거기 새로운 길이 있을 것이다.

㈜상지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2. 2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3. 3[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4. 4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5. 5FBI, 바이낸스 가상화폐 8.4조원 털이범으로 북한 지목
  6. 6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7. 7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8. 8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9. 9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10. 10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1. 1[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2. 2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3. 3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4. 4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5. 5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8. 8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9. 9[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10. 10[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1. 1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2. 2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3. 3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4. 4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5. 5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6. 6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7. 7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9. 9‘바이낸스’ 8조원대 해킹에 거래소들 보안 점검
  10. 10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2. 2[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3. 3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4. 4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5. 5[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6. 6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7. 7홍대서 ‘마약 사탕’ 신고…경찰 확인 결과 오인신고
  8. 8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9. 9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10. 10[속보] 日여성 살해 30대 남성…성범죄 목적 가능성도 수사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