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CEO 칼럼] 동천 덮은 콘크리트 부수자 /이정환

부산 중심 흐르는 개울, 오수에 썩은 물로 변해…폐수 분리해 정수 처리

시멘트 덮개 벗겨내고 자연천으로 복원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14 19:21:58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동천(東川)은 부산의 중심을 흐르는 개울이다. 백양산(642m)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부산의 중심인 서면을 관통해 황령산을 휘감아 흘러간다.

옛날 옛적 동천 하구에는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아나선 서복이 상륙해 쉬어갔다는 강선대(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곳)가 있었다고 한다. 동천은 부산진 포구의 입구여서 부산을 드나드는 배와 사람과 물자의 집산지였다. 한국전쟁 무렵 부산에 살던 화가 이중섭이 동천에서 멱 감는 어린이들을 화폭에 담을 정도로 수질이 깨끗했다.

오늘날 부산시민은 동천에서 멱을 감고 몸을 씻지 못한다.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는 탓에 주변을 산책하기조차 힘들다. 말 그대로 죽어가는 상태다. 동천 상류의 맑은 물은 콘크리트로 덮인 복개 구간(서면 일대)을 지나면서 각종 폐수나 생활하수와 섞인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부터는 썩은 물로 바뀌어 모습을 드러낸다. 오죽하면 그곳의 다리 이름까지도 ‘썩은 다리’라고 불릴 지경이다. 부산시가 지난해부터 동천 밑바닥을 일부 준설하고 유수관 설치 공사를 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 동천의 물을 맑게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면 동천을 어찌 살릴 것인가. 하천 정화는 오점원부터 잡아야 가능하다. 오점원을 잡는 방법으로는 아파트나 집단거주지마다 하수처리장을 만든다든지 가정마다 개별 하수처리를 하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돈이 많이 들고 주민 협조를 구하기도 어렵다.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오수를 분리 처리하는 것이다. 하천으로 흘러 드는 공장폐수·생활하수와 오수를 별도의 분리 배수관로로 유도해 강하류에 위치한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수 처리하면 된다. 깨끗해진 물은 바다로 내보내거나 다시 하천 상류로 환류시켜 재활용할 수 있다.

부산의 동천과 매우 유사한 일본 나가사키시의 나카지마천을 개발한 사례는 동천을 살리는 지혜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일본은 19세기 중엽 나가사키항을 외국에 최초로 개항하면서 나카지마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외국인 전용 거류지역인 데지마를 건설했다. 나카지마천에 쌓이는 토사 때문에 강 입구를 준설해 물의 흐름을 옆으로 돌려서 바다와 연결시켰다. 일본은 1980년대 홍수 피해가 자주 발생하자 나카지마천의 하상 양편으로 별도의 분리 배수관로를 설치했다. 오염된 물은 양쪽 분리 배수관로를 통해 흐르게 하고, 중앙부의 개울에는 맑은 물이 흐르도록 설계했다. 배수관로의 높이는 하천 바닥보다는 높고 도로보다는 낮게 해 누구나 안전하게 자연천 옆을 거닐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활용했으니 일거양득의 효과를 낳았다.

동천은 어떻게 하면 맑고 깨끗하게 할 수 있을까. 그 시작은 동천을 덮은 뚜껑(콘크리트)을 열어 제껴 개울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동천을 맑은 물이 흐르는 친수공간으로 만들려면 시멘트 덮개를 벗겨내(개복) 자연천으로 복원시켜야 한다. 또한 동천으로 흘러 드는 공장폐수와 생활하수를 분리 배수해 정화하는 작업도 곁들여야 한다.

서울 청계천 역시 해방되던 시기에는 오물로 가득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청계천을 덮어 도로화함으로써 개울이 완전히 썩어 버렸으나 15년 전 삼일고가도로를 철거하면서까지 개복 공사를 한 덕에 지금은 맑은 물이 흐르는 친수공간으로 변모했다. 19세기 중엽까지 화장실 오물이 버려지던 ‘거대한 변소’였던 영국 템스강도 오물하수 분리처리 시스템 도입 이후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동천이라고 맑은 물이 흐르게 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부산시의 의지가 강하고 부산시민이 합심하면 그리 어려울 일도 아닐 것이다. 비용 역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행히 부산시는 동천 상류부인 부산진구 광무교~부암역 구간의 동서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동천 물길을 복원한다는 장기 계획을 밝힌 적이 있다.

또한 동천이 환경부의 ‘제8차 통합·집중형 오염지류 지원대상 하천’으로 선정(국비 300억원)되어 올해부터 2024년까지 비점오염 저감시설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국비 확보를 계기로 현재 공사 중인 해수도수 사업과 함께 생활오수를 분리하는 분류식 하수관거 사업이 마무리되면 동천으로 유입되는 대부분의 오염원을 차단하게 돼 2등급 수준까지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동천의 지류인 부전천 역시 복원 대상이다. 다만 동천의 맑은 물 공급은 하루가 급한데 복원 계획은 마구 늘어져 있어서 안타깝다.

동천이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복원되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환경을 제공하게 될 날이 기다려진다. 동천변을 가족·연인들과 함께 즐겁게 산책하는 그날을 그려보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5. 5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6. 6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9. 9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10. 10“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1. 1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2. 2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1호기 명단 유출 파일 'MOFA(외교부) 형식, 유출 경위 파악에 주력
  5. 5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6. 6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7. 7친청 “공개사과하라”·김 “자정 노력”…민주 신천지 수습 난항
  8. 8與주도로 조작기소 특검법안 법사위 상정…국힘 반발·퇴장
  9. 9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10. 10美 중간선거 시작, 우주서도 투표는 계속된다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가덕도신공항 올해 예산집행률 고작 0.03%…정상화 시급"
  4. 4“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8. 8‘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9. 9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10. 10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김장재료 공급 차질 없도록 할 터”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6. 6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7. 7경남도,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에 산청군만 추천
  8. 8부산 양정동 한 대학 창고서 불…인명피해 없어
  9. 9수능 ‘AI 안경 커닝’ 막는다지만…전문 탐지기 없어 실효성 의문(종합)
  10. 10첫 공소청 수장 후보, 이정현·박철우·예세민 물망(종합)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4. 4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5. 5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6. 6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7. 7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등골 프로텍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제신문 정상화에 여야 한뜻…능인선원 결단하라
대통령 순방 정보 유출…국가 보안체계 전면 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일상으로의 초대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