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東川)은 부산의 중심을 흐르는 개울이다. 백양산(642m)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부산의 중심인 서면을 관통해 황령산을 휘감아 흘러간다.
옛날 옛적 동천 하구에는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아나선 서복이 상륙해 쉬어갔다는 강선대(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곳)가 있었다고 한다. 동천은 부산진 포구의 입구여서 부산을 드나드는 배와 사람과 물자의 집산지였다. 한국전쟁 무렵 부산에 살던 화가 이중섭이 동천에서 멱 감는 어린이들을 화폭에 담을 정도로 수질이 깨끗했다.
오늘날 부산시민은 동천에서 멱을 감고 몸을 씻지 못한다.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는 탓에 주변을 산책하기조차 힘들다. 말 그대로 죽어가는 상태다. 동천 상류의 맑은 물은 콘크리트로 덮인 복개 구간(서면 일대)을 지나면서 각종 폐수나 생활하수와 섞인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부터는 썩은 물로 바뀌어 모습을 드러낸다. 오죽하면 그곳의 다리 이름까지도 ‘썩은 다리’라고 불릴 지경이다. 부산시가 지난해부터 동천 밑바닥을 일부 준설하고 유수관 설치 공사를 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 동천의 물을 맑게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면 동천을 어찌 살릴 것인가. 하천 정화는 오점원부터 잡아야 가능하다. 오점원을 잡는 방법으로는 아파트나 집단거주지마다 하수처리장을 만든다든지 가정마다 개별 하수처리를 하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돈이 많이 들고 주민 협조를 구하기도 어렵다.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오수를 분리 처리하는 것이다. 하천으로 흘러 드는 공장폐수·생활하수와 오수를 별도의 분리 배수관로로 유도해 강하류에 위치한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수 처리하면 된다. 깨끗해진 물은 바다로 내보내거나 다시 하천 상류로 환류시켜 재활용할 수 있다.
부산의 동천과 매우 유사한 일본 나가사키시의 나카지마천을 개발한 사례는 동천을 살리는 지혜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일본은 19세기 중엽 나가사키항을 외국에 최초로 개항하면서 나카지마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외국인 전용 거류지역인 데지마를 건설했다. 나카지마천에 쌓이는 토사 때문에 강 입구를 준설해 물의 흐름을 옆으로 돌려서 바다와 연결시켰다. 일본은 1980년대 홍수 피해가 자주 발생하자 나카지마천의 하상 양편으로 별도의 분리 배수관로를 설치했다. 오염된 물은 양쪽 분리 배수관로를 통해 흐르게 하고, 중앙부의 개울에는 맑은 물이 흐르도록 설계했다. 배수관로의 높이는 하천 바닥보다는 높고 도로보다는 낮게 해 누구나 안전하게 자연천 옆을 거닐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활용했으니 일거양득의 효과를 낳았다.
동천은 어떻게 하면 맑고 깨끗하게 할 수 있을까. 그 시작은 동천을 덮은 뚜껑(콘크리트)을 열어 제껴 개울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동천을 맑은 물이 흐르는 친수공간으로 만들려면 시멘트 덮개를 벗겨내(개복) 자연천으로 복원시켜야 한다. 또한 동천으로 흘러 드는 공장폐수와 생활하수를 분리 배수해 정화하는 작업도 곁들여야 한다.
서울 청계천 역시 해방되던 시기에는 오물로 가득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청계천을 덮어 도로화함으로써 개울이 완전히 썩어 버렸으나 15년 전 삼일고가도로를 철거하면서까지 개복 공사를 한 덕에 지금은 맑은 물이 흐르는 친수공간으로 변모했다. 19세기 중엽까지 화장실 오물이 버려지던 ‘거대한 변소’였던 영국 템스강도 오물하수 분리처리 시스템 도입 이후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동천이라고 맑은 물이 흐르게 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부산시의 의지가 강하고 부산시민이 합심하면 그리 어려울 일도 아닐 것이다. 비용 역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행히 부산시는 동천 상류부인 부산진구 광무교~부암역 구간의 동서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동천 물길을 복원한다는 장기 계획을 밝힌 적이 있다.
또한 동천이 환경부의 ‘제8차 통합·집중형 오염지류 지원대상 하천’으로 선정(국비 300억원)되어 올해부터 2024년까지 비점오염 저감시설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국비 확보를 계기로 현재 공사 중인 해수도수 사업과 함께 생활오수를 분리하는 분류식 하수관거 사업이 마무리되면 동천으로 유입되는 대부분의 오염원을 차단하게 돼 2등급 수준까지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동천의 지류인 부전천 역시 복원 대상이다. 다만 동천의 맑은 물 공급은 하루가 급한데 복원 계획은 마구 늘어져 있어서 안타깝다.
동천이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복원되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환경을 제공하게 될 날이 기다려진다. 동천변을 가족·연인들과 함께 즐겁게 산책하는 그날을 그려보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