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시대를 상징하던 유물 중 ‘백과사전’이란 것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까지 웬만큼 형편이 좋은 집의 책장에는 엄청난 두께의 백과사전이 자랑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백과사전에 관해 ‘학문, 예술, 문화, 사회, 경제 따위의 과학과 자연 및 인간의 활동에 관련된 모든 지식을 압축하여 부문별 또는 자모순으로 배열하고 풀이한 책’으로 정의하고 있다. 백과사전의 역사는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서양의 계몽주의자들이 꽃을 피웠다. 아날로그 시대가 저물면서 종이로 만든 백과사전은 이제 찾기 쉽지 않다. 대신 디지털 시대에 백과사전은 ‘위키백과’ 등과 같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백과사전을 떠올리면 무언가가 연상된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백과사전. 바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다. 왜 그런지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현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사람들은 궁금증이 생기거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거나 정보가 필요할 때 포털사이트에 접속한다. 그러면 포털사이트는 백과사전처럼 맞춤형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한다. 포털사이트는 접근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스마트폰이나 PC만 있으면 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백과사전과 비교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런데 정보의 바다인 포털사이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분야가 있다. 그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을 전해주는 지역 뉴스다. 포털사이트에는 정치,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연예 등 다양한 분야의 뉴스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 엄청난 뉴스의 양과 비교하면 지역 뉴스는 빈약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요약하면 지역 언론사가 지역 뉴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또 풍부하게 포털사이트에 제공하려고 해도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포털사이트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포털사이트에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를 심사해서 뽑는다. 그동안 심사 결과를 보면 유독 지역 언론사에 높은 진입 장벽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6일 한 포털사이트가 ‘뉴스 검색 모델 개선 방향’을 소개했다. 뉴스 검색 알고리듬을 바꿨다는 뜻이다. 좋은 말로 표현하면 ‘소개’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일방적인 통보였다. 그들이 소개한 방향을 요약하면 다른 기사를 베끼거나 연예인 등 특정 개인의 신상에 대한 과도한 내용을 담으면 저품질 기사로 분류해 독자가 읽기 어렵게 만들겠다고 한다. 클린 인터넷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한편으로 뭔가 개운치 않다. 좋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면 포털사이트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알고리듬을 통해 언론사의 기사를 평가하고 유통을 관리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심지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대목도 눈에 띈다. 이 포털사이트는 각 언론사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광고를 자동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 검색 알고리듬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포털 사용자들이 과도한 광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역시 명분은 좋다. 하지만 이 부분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포털사이트가 기사 평가 수준을 넘어 각 언론사의 개별 활동까지 관여하겠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
이 자리에서 포털사이트의 역할과 책임, 한계에 대해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최근 포털사이트의 행보는 분명 논란을 일으킬 만한 여지를 많이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포털사이트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 뉴스를 제공하는 공간과 기회를 확대하라는 것이다. 뉴스 가치와 언론사에 대한 평가는 포털사이트가 아니라 독자가 해야 한다. 독자가 올바른 판단을 하려면 근거가 되는 더 많은 지역 뉴스를 접해야 한다. 한쪽에선 높은 진입 장벽을 만들어 놓고 다른 쪽에선 기사를 평가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디지털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