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처음으로 개방직 전환한 여성가족국장직의 적임자를 찾지 못해 재공모에 들어갔다. 최근 지원자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응시자가 1명 뿐이어서 임용이 무산된 탓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 공무원과 달리 임용기간이 최대 5년으로 제한돼 있긴 하지만 부산시 3급 부이사관이라는 지위와 처우 수준을 감안한다면 다소 의외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시가 고위직을 개방형으로 바꿨다가 원점으로 돌리거나 인물난을 겪는 일이 최근 잦다. 을숙도에 있는 낙동강하구에코센터장 직책도 그랬다. 형식은 공모였으나 결국엔 관련 분야 경력이 있는 공무원 몫으로 돌아갔다. 센터의 민간위탁 문제를 놓고 공무원 노조와 집행부가 1년 이상 힘겨루기를 했던 상황에 비춰보면 허무한 결과다. 작년엔 기술직 공무원이 내부 승진하던 건축주택국장직을 개방형으로 전환했지만 이 또한 적격자가 없어 3개월 이상 공석 사태를 겪었다. 2급 기획조정실장직은 당초 외부 내정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적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면서 관련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외부 인사를 영입해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오거돈 시장의 의도는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본청에서 구청으로, 사업소로 돌면서 고인 물처럼 타성에 젖은 공무원들의 업무 행태가 오랜만에 시정에 복귀한 시장 입장에선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고도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에는 외부 수혈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가족국장직이 그런 자리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출신 행정부시장과 경제부시장이 있는데 기획조정실장마저 중앙부처 인사를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도 이론이 있다.

오 시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개방직을 비롯한 정무라인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존 공무원의 사기 문제만은 아니다. 조직이나 인사에 대한 불만이 소극적인 행정으로 이어져 시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부 인사여도 큰 문제가 없는 직위까지 계속 개방형에 집착하면 조직의 안정성만 해치고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