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필요한 이 시대에 계단을 걷고 즐기면서 소통하고, 건강을 챙기면서 확 트인 부산항 야경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 계단의 의미를 확대한다면 공간과 공간, 지역과 지역, 세대와 세대,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이어주는 소통의 통로다.
최근 몇몇 계단이 주목받고 있다. 영화 ‘조커’에 등장하는 뉴욕 브롱크스의 계단은 슬럼가에 있지만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함께 뉴욕 대표 관광지로 각광받는다. 조커 계단의 명성에 힘입어 국내외 곳곳에서 ‘유사 조커 계단’을 내세우고, 관광자원이 되기를 희망한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인생샷 명소는 칠레 예술가 호르헤 셀라론이 세라믹 타일을 붙여 만든 ‘셀라론 계단’이다. 이 계단은 늘 관광객으로 붐빈다. 최근 부산에서는 부산금융센터(BIFC) 계단 오르기 행사가 열렸다. 너무 많은 사람이 참가해 신청자 모두를 수용하지 못하는 등 성황리에 끝났다.
부산 중구는 부산 중심지이면서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용두산공원,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 보수동 책방골목 등 406개 부산 역사 문화자원을 보유한 문화 명품 도시다. 피란민의 삶터인 산복도로도 있어 오래전부터 수많은 골목과 계단이 시민의 삶과 함께해왔다. 한국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으면서 지금도 연일 관광객이 찾는 동광동 ‘40계단’, 가파른 경사가 끝도 없이 이어져 북항과 산복도로의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메리놀병원 옆 ‘천국의 계단’, 조선·일본의 외교·무역 현장이던 초량왜관 관수가를 올랐던 ‘관수가 계단’, 부산터널에서 보수산 정상까지 연결된 ‘500계단’, 관광객에게 주목받는 ‘반달계단’ 등 다양한 사연을 간직한 계단이 많다.
중구의 많은 계단은 해방과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온 서민이 부산항과 부산역에 인접한 중구로 모여들면서 고지대가 자연스럽게 생활터전으로 자리 잡고, 고단한 삶을 살아내기 위해 산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런 인연으로 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계단문화관이 동광동에 있는데 바로 ‘40계단 문화관’이다. 중구에 많은 계단이 있지만 특히 보수산을 중심으로 한 영주1·2동, 동광동, 대청동, 보수동 계단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고 다양하다. 정확한 계단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중구청이 관리하는 계단 대장에 따르면 보수산 일원의 계단만 378개소에 길이가 8888m에 달한다.
중구청은 최근 소통 통로이며 서민의 애환이 담긴 계단의 관광자원화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보수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계단 숫자를 더 정확히 파악하고 한국기네스 공식인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네스에 등재된다면 그 자체로 주목받을 수 있다. 계단에 이름도 붙여 가위바위보 계단, 기차계단 등등 사연을 담은 네이밍과 스토리를 입힐 것이다.
부산에 오면 중구의 계단을 꼭 걷고 느껴보는 슬로시티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해나가고자 한다. 계단걷기대회와 계단영화제, 계단음악제, 계단사진전과 같은 문화행사 개최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고지대 주민과 방문객의 이동 편의를 위해 계단형 엘리베이터와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이미 영주동 오름길 모노레일이 있지만, 올해 영주동과 보수동에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계단 관광자원화가 계속 추진된다면 계단이 끝나고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에 카페나 빵집 등 휴식 공간이 들어설 것이고, 이를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여기서 생기는 경제적 이익은 오롯이 주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부산 중구에 오면 자갈치시장과 신동아시장에서 싱싱한 회를 먹고,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에서 쇼핑을 즐긴 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책을 만나고, 이어 천천히 중구의 계단을 걸으며 산복도로를 즐기고 중앙공원 하늘눈전망대에서 아름다운 부산항 야경을 감상하는 관광코스 개발도 가능하다. 중구 계단이 주목을 받을 때쯤이면 북항 재개발 마무리돼 산복도로에서 바라보는 부산항 야경은 세계인에게서 사랑받는 명품이 될 것이다. 부산시가 추진 중인 국제관광도시 선정이 성사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중구의 계단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지길 기대해본다.
부산 중구청장 권한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