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을 ‘줄탁동시(啐啄同時)’에 비유했다. 지난 3일 내놓은 취임사에서다. 줄탁동시는 중국 송나라 때의 불교 서적인 ‘벽암록’에 등장하는 화두로,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병아리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선 검찰의 안과 밖에서 개혁을 향한 결단과 호응이 병행되는 줄탁동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적절한 비유로 여겨진다. 정권과 검찰의 결탁에서 ‘정치검찰’이 탄생했으니, 그 검은 공생관계를 깨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검찰개혁 또한 당사자들이 하는 게 마땅해서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이다. 정권은 검찰을 이용하지 않고, 검찰도 정권에 안 기대고 소신껏 일하도록 하는 ‘검찰판 줄탁동시’다. 하지만 추 장관은 그 말을 한 지 5일 만에 발언 취지를 역행해버렸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청와대 비리 의혹 사건들을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에 제동을 건 셈이니, 정부가 과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모습이 목격됐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 검찰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권리다. 문제는 인사 시점이다. 정권과 관련한 수사가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 책임자인 검사장들을 다른 곳으로 발령냈으니, ‘청와대 수사 방어용 인사’ ‘보복인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윤 총장을 임용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당부한 것을 떠올리면 더더욱 납득하기 어려워진다. 불과 6개월 만에 표변했으니 무슨 이런 일이 있나 싶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의 검찰개혁 경험을 토대로 쓴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을 다시 읽었다. 이 책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에 관한 감동적인 사연이 실려 있다. 2003년 대검 중수부가 했던 불법 대선자금 수사 이야기다. 수사는 대성공이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823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썼다. 여당인 민주당의 상처도 컸다. 119억 원의 불법자금 수수가 밝혀져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노 대통령의 철저한 수사 불간섭이 수사 성공의 동인이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찰과의 핫라인을 끊었을 정도였다. 참여정부의 정치적 중립 보장은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중수부장도 인정한 사실이다.
수사 성공은 오히려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에 장애가 됐다. 검찰은 참여정부 초기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인사권 확보에만 집착하는 조직 이기주의를 드러내 국민을 실망시켰다. 수사 후 그런 검찰에 대한 인기가 ‘국민검사’란 애칭이 생길 만큼 급상승해 검찰개혁을 더 추진할 수 없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는 역시 정치적 중립, 또는 탈정치였다. (검찰은) 정권의 목적에 의해 구사되고 사용되는 도구가 돼선 안 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된다고 생각했다.”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 비서실장 등을 지내며 검찰개혁을 주도했던 문 대통령은 그때를 이같이 증언했다. 그는 “정치적 중립은 검찰권에 대한 개입을 절제, 자제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노 대통령 못지않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소중히 여겼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작금에는 왜 과거와 다른 언행으로 불신을 자초하는지 의문이다. ‘검찰을 생각한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엄정한 수사, 권력에 굴하지 않는 수사로 이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며 윤 총장의 충심을 인정한 문 대통령이 아닌가. 윤 총장도 “바꿀 것은 바꿔나가야 한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경수사권 조정 실무작업에 착수키로 하는 등 정부의 검찰개혁에 협력하고 나섰다. 이런 마당에 내주로 예정된 검찰 차장·부장급 인사를 통해 청와대 관련 수사에 지장을 준다면 검찰개혁에 악재가 될 뿐이다.
오차범위 이내이긴 하나, 검찰인사에 대한 부정평가(47.0%)가 긍정평가(43.5%)를 앞지르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상태다. 청와대 관련 검찰 수사팀을 해체하지 말라는 국민청원 지지자가 25만 명을 넘은 것 또한 예사롭지 않다. 정부도, 검찰도 자중해야 한다. 자칫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다간 일을 그르칠 우려가 크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역사는 그런 정부와 검찰을 단죄할 것이다. 줄탁동시의 화두는 던져졌다. 정부와 검찰이 함께 알을 깨뜨려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게 할 수 있을지, 국민은 주시하고 있다.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