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항에서 노동자 2명이 산재로 숨져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인데도 안전 허점은 여전하다. 부산해양수산청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이 합동으로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북항과 신항 8개 부두에서 안전 전수점검을 실시한 결과, 현장 곳곳에 도사린 산재 위험요소를 확인했다. 일부 부두에는 작업용 가스통이 널브러져 있었고, 야드 트랙터(YT)의 운전석 진입 계단에는 안전손잡이가 없었다. 이 때문에 운전자가 계단에서 미끄러져 YT 바퀴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현장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대로였다. 안전관리자는 부족했고, 부두 보안게이트 출입정보는 부두운영사들 간에 공유되지 않았다.
‘산재 지뢰밭’이나 다름없는 부산항의 실상이다. 140여 년의 부산항 역사상 안전 전수점검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니, 그런 실상의 연유가 짐작된다. 늦었지만 항만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항만 김용균법’이 내달 발의된다니 다행이다.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의원이 발의할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항만·운송 관련 사업자에 대한 검사 항목에 ‘작업장 안전사고 예방 및 조사’ 부문이 추가된다. 기본 중 기본에 해당하는 법규를 이제서야 마련한다니 만시지탄이 절로 나온다.
개정안은 또 민자부두운영사의 안전관리 보고와 관리·감독 책임자의 현장 배치를 의무화한다고 한다. 항만 사업자와 노동자, 관리 관청 등 항만 관련 기관과 종사자가 참여한 안전협의체를 구성해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은 한 번 만들면 고치기 어려운 만큼 빠진 사항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 보완하고, 조속한 입법을 위해 당정과 민관이 힘을 모으기 바란다.
인권이 국격의 최고 가치이듯, 안전은 산업 가치체계의 최상위 지점에 위치한다. 이렇듯 안전이 허술한 가운데 부산항을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동북아 물류거점으로 육성하는 비전을 펼쳐왔으니 부끄러움이 앞선다. 이래서야 어찌 세계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안전이 뒷받침되지 않는 ‘해양수도 부산’의 꿈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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