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구 증가로 노인의학을 다루는 전문가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데에 대부분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노인의학이란 노화와 그에 따른 질병이 청·장년기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노인을 다루는 의학 분야를 따로 정하기 위해 1909년 이그나츠 레오 내셔에 의해서 탄생했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의학 확대 필요성은 계속 제기된 문제이지만, 미국이나 한국이나 아직 숙제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올해 1월 뉴욕타임스에 실린 노인의학 관련 기사가 있다. 미국노인의학회 보고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30%가 노인의학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하며 2025년이 되면 전문가 수요는 3만3200명으로 추산되는데 6230명 정도만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노인의학 세부전공을 인정한 1988년 이후 인구성장을 고려해 2001~2002년과 2017~2018년을 비교할 때, 노인의학 관련 수련 프로그램은 1.1% 늘었는데 노인의학 전공 자리는 인구 대비 23.3% 감소했다. 이렇게 수요공급이 불일치하는 것을 방관하면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
앞서 뉴욕타임스 기사에는 2명의 환자가 소개됐다. 60대 후반이던 린다 할머니는 체력이 안 좋고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았으며 잠을 많이 자야 했다. 체중은 심하게 늘었고 짧은 거리를 움직이는 데도 숨이 찼고, 항우울제를 복용했지만 큰 도움이 안 됐다. 린다 할머니는 노인의학 전문가를 찾아갔고 수면 문제를 발견했다. 약제를 바꾸고 체중 감소를 위해 위절제술을 받았다. 그는 이제 80세가 됐고, 여전히 주 30시간 신체활동 치료를 받으며 4개월에 한 번씩 노인의학 전문가를 만난다. 그의 주치의는 늘 많은 이야기를 듣거나 조언해주었으며 그는 자신이 보살핌을 잘 받는다고 느낀다. 이런 도움으로 스스로가 활기차다고 느끼며 살고 있다고 했다.
93세 도로시 할머니는 심장과 눈 질환, 대장암, 심장판막질환, 뇌졸중 등을 경험한 환자로 응급실을 셀 수 없이 드나들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약과 시술이 아니라 도로시라는 사람 전체를 관리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노인의학 전문가는 과도한 약물치료를 줄이고 예기치 못한 응급실 방문도 줄일 수 있게 노인 전문 간호사를 정기적으로 집으로 보내 도로시를 돌본다. 이 두 사례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60대 후반 노인이 체중 감량을 위해 위절제술을 받고, 80세가 되어서도 신체활동 유지를 위해 주 30시간 치료를 받을 수 있다니 말이다. 80세가 돼 여러 질병으로 여러 병원을 다니는 것은 어쩌면 피로한 일과가 될 텐데,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집으로 와줄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보건의료의 공공성이 취약한 편인 우리나라에서 경제 논리대로만 간다면 질병 치료 중심 병원만 살아남게 된다. 노인 진료는 전문화된 조직과 인력에 의한 다양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데, 만성질환 비율이 높은 노인의학의 특성상 급성질환을 치료하는 병원보다 운영하기 어렵다. 이런 영역은 국가나 지자체가 담당해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국 일본처럼 보건의료 및 복지서비스를 일부 통합한다든지 기존 수가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금을 설치하는 방법 등으로 말이다.
모든 사람은 나이가 든다. 현 시대 우리나라 노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젊은 우리 또한 나이 들어 원하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까? 치열하게 살았던 그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우리나라를 이렇게 잘 성장시켜주었다. 그렇게 열심히 사셨던 아버지, 어머니들은 제대로 보살핌을 받고 있는가? 노인 보살핌은 누구나 받아야 하는 보편적 권리이지 않을까? 누군가 질문하고 누군가는 답해야 한다. 유엔기후행동에서 연설했던 16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말이 생각난다. “모든 미래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 책임을 피해서 빠져나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