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는 보르츠라는 전통 음식이 있다. 기동성이 뛰어난 몽골군의 전투식량으로 유명했다. 몽골군은 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겨울이 되면 소를 잡아서 살코기만 두께 2~3㎝, 폭 5~7㎝로 길게 자른 뒤 게르 천장 등에서 바싹 말렸다. 몽골지역의 겨울은 워낙 차갑고 건조하다 보니 살코기의 부피가 크게 줄었다. 이때 건조율은 극한으로 수분을 줄인 우주 식량보다도 높다고 한다. 이렇게 수분을 극도로 제거해 만든 보르츠가 바로 몽골 육포다.
이 몽골 육포는 칭기즈칸이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제국을 건설하는 군사전략의 핵심이었다. 수송기 등이 없던 13세기 시절, 육포는 가벼워 휴대하기 편했고 보존성이 좋아 전투력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몽골군은 양의 오줌보로 만든 주머니에 육포를 넣어 말꼬리에 매달고 전쟁에 나갔다. 주머니에는 소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시 소의 몸집이 지금보다 작고 지방질을 뺀 살코기로만 만들기에 완전히 과장된 말은 아니라고 한다.
먹을 때는 뜨거운 물에 불려서 고깃국처럼 만든다. 보통 엄지손가락 한두 마디면 한 그릇 정도의 국이 나오고 한 끼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었단다. 육포 한 자루는 10명의 병사가 보름가량 먹을 식량이라고 하니 정말 획기적인 군사전략이었다. 더욱이 다른 나라 군대가 하던 보급로 차단이란 걱정도 덜어줬다. 건식이 없던 시절 육포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전투식량이었다. 근대에는 유럽 군대에 보급된 적이 있었을 정도다.
육포가 품고 있는 이 같은 전투력의 상징성을 고려했던 것일까.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명의의 설 선물로 육포를 선택했다. 문제는 지난 17일 불교계에도 육포를 선물로 보낸 것이다. 선물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보좌하는 조계종 사서실장과 조계종의 입법부인 중앙종회 의장 등 종단 대표스님 앞으로 배송됐다. 당연히 불교계는 당황했다. 대승불교 영향을 받은 조계종에서는 수행자인 스님의 육식을 금한다. 이에 한국당은 배송 당일 황급히 선물을 회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황 대표는 “조계종에 그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도 했다.
물론 한국당이 육포를 선물하면서 대여 강경 투쟁이란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황 대표가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고 종교 편향 논란이 있었던 이력을 고려하면 한국당 입장에서는 난처하게 됐다. 수권 정당으로서 보다 사려 깊은 처신이 필요해 보인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