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은화의 미술여행]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21 19:30:11
  •  |  본지 2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생 최악의 해를 만날 때가 있다. 화가 폴 고갱에겐 1897년이 딱 그런 해였다. 원시의 이상향을 찾아 남태평양의 타히티섬까지 왔지만 인생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수중에 돈은 다 떨어졌고, 건강도 최악인데다 더 이상 새로운 작품도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가장 사랑하는 딸 알린의 사망 소식까지 들었다.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고갱은 자살을 결심한 후 생의 마지막 작품에 착수했다.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1897년).
가로 4m 가까이 되는 이 거대한 그림은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완성됐다. 그림은 타히티섬을 배경으로 인생을 비유한 다양한 상징으로 채워져 있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는 시간의 내러티브 구조를 취한다. 화면 오른쪽에는 세 명의 여성 옆에 누워 있는 갓난아기가 보인다. 이는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

화면 가운데 서 있는 남자는 과일을 따고 있다. 선악과를 딴 이브를 연상시키는 이 남자는 타락과 죄를 상징한다. 뒤쪽엔 드레스를 입은 두 여인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가고, 그 앞 소녀는 이들을 보며 놀란 듯 한 손을 위로 치켜 올렸다. 거의 나체로 생활하는 원주민 여성들과 달리 서구의 긴 드레스를 입은 두 여인은 순수한 섬까지 덮쳐온 문명화의 침입을 상징한다.

과일 따는 남자 왼쪽에는 하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과일을 먹고 있는 아이가 보인다. 서구식 옷을 입은 이 아이도 이미 문명화의 단맛을 알아버린 듯하다. 왼쪽에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웅크린 늙은 여인이 등장한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그가 두려워하는 것이 문명화인지 죽음인지는 알 수 없다. 위로하려는 듯 노파 쪽으로 자세를 기울인 여성은 ‘바이루마티’다. 폴리네시아 전설 속 여신으로 타이티섬의 어머니라 불린다. 노파 왼쪽 하얀 새는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그야말로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인생 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고갱은 이 그림에 자신이 살면서 깨달은 생각과 교훈을 다 담아내려 했다. 훗날 친구에게 쓴 편지에도 “복음서에 비견될 만한 주제의 철학적인 작품을 끝냈다”고 썼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을 그림 왼쪽 상단에 써놓았는데, 이게 작품 제목이 됐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오히려 그는 인생 역작을 탄생시켰다. 그림을 완성한 고갱은 산으로 가 비소를 삼켰다. 하지만 과다 섭취로 다 토하는 바람에 자살은 실패했다. 삶도 죽음도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그는 인생 마지막까지 창작 혼을 불태우다 1903년 조용히 숨을 거뒀다. 120년여 전 그림이 지금도 울림을 주는 건 이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삶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그림 제목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이다. 미술평론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자가격리 2500명 대…격리시설 모자라 호텔까지 동원
  2. 2부산 최대 격전지 떠오른 중영도, 여야 선대위 총출동 ‘후보 힘싣기’
  3. 315만t 컨 선박 신항 크레인에 ‘꽝’
  4. 4부산 소상공인 지원금 신청 첫날 7993명(6일 오후 6시 기준) 접수…혼란은 없었다
  5. 5오늘의 운세- 2020년 4월 7일(음 3월 15일)
  6. 6‘동학개미’ 9거래일 만에 매도…코스피 66P 급등
  7. 7사전투표율 지난 총선보다 오를 듯…여야 유불리 속단 못해
  8. 8“쓴소리 잘하는 민주당 김해영 지지” “통합당 이주환 뽑아 정권독주 제동”
  9. 9부산국제모터쇼, 코로나19로 결국 취소
  10. 10김해갑·을 통합당 홍태용 장기표 ‘드림팀’ 떴다
  1. 1이낙연·황교안 첫 양자토론 … 방송은 7일 지역방송에서
  2. 2주진형 “기존 복지제도 최대한 활용” … 김종석 “한국 경제에 대한 자해 행위”
  3. 3비례대표 후보자 1차 토론···불꽃 튀는 舌戰펼쳐
  4. 4 “최저임금 조정, 상속세 폐지” 등 공약에 대해 물었습니다
  5. 5수보회의 취소하고 정책금융기관 대표 한자리에 모은 文 대통령 "정부투입 100조 원 적시적소에"
  6. 6부산서 후보 2명 자진사퇴·등록 무효로 후보 도중하차
  7. 7이해찬 “부산 초라하다” 발언에 통합·정의당 “지역비하” 비판
  8. 8전국 병역판정검사 4월 17일까지 중단
  9. 9외교부 “해외 한국민 코로나19 확진자 36명 파악”
  10. 10이해찬 “긴급재난지원금 모든 국민 보호하고 있다는 것 보여줘야”
  1. 17~10일 선상투표 실시…선원 2821명 대상
  2. 2‘바다에게 생명을 우리에게 미래를’…바다식목일 공모전 주제어 대상 선정
  3. 3휴어기 맞은 수산업계 외국인 선원 귀향 ‘진퇴양난’
  4. 4싼 임대료·관세 혜택에 기업 유치 기대
  5. 5주가지수- 2020년 4월 6일
  6. 6금융·증시 동향
  7. 7 중기 신남방 홈쇼핑 입점 지원
  8. 8 부산롯데호텔 친환경 캠페인
  9. 9“나도 긴급재난지원금 받자” 건보료 조정 민원 쏟아진다
  10. 10SM상선, 2M과 미주노선 공동서비스 개시
  1. 1부산신항서 선박과 충돌한 크레인 넘어져 … 경상자 1명
  2. 2부산 120번 확진자, 터키서 귀국한 20대 남성
  3. 3부산 사하구에서 잇따라 선거 벽보 훼손…경찰 “엄중 사법 처리하겠다”
  4. 4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총1만 284명 … 46일만에 신규확진 50명 아래로
  5. 5‘해열제 검역통과’ 처벌 방침 “사실대로 보고하면 괜찮다”
  6. 6오늘 부산 날씨, 맑고 일교차 커
  7. 7구충제 이버멕틴 코로나19 치료?…방역당국 “추가 연구 필요”
  8. 8마스크와 용돈 기부한 10살 소녀... "대한민국 파이팅"
  9. 9영도구 사찰 인근서 원인불명 화재 발생
  10. 10크레인붕괴로 부산신항 정상화 장기간 차질…피해액 수백억 원 추정
  1. 1손흥민 6월엔 볼 수 있을까
  2. 2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8월로 연기
  3. 3LPGA, 코로나 여파 수입 끊긴 선수에 상금 선지급
  4. 4롯데, 추재현 영입 “2년 후 내다본 트레이드”
  5. 5위기에 빛난 ‘닥터K’…스트레일리 4이닝 7K 호투
  6. 6프리미어리거, 연봉 30% 삭감 반대…“부자 구단만 이득”
  7. 7내년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1997년생도 ‘태극마크’ 단다
  8. 8LPGA 투어 6월 중순까지 중단
  9. 9‘전설’ 코비 브라이언트, 농구 명예의 전당 헌액
  10. 10“허약한 수비 보완, kt 색깔 맞는 농구 선보이겠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기고 [전체보기]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 /한효섭
더 힘들고 연약한 우리 아이를 위하여 /여승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대학 온라인 강의 미봉책 멈추길 /최지수
억측과 갈등만 낳는 낙동강청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귀하디귀한 악기 ‘편경’
강강술래와 농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인내의 시간, 염치를 갖자 /송진영
부산시의 뒷북 /하송이
도청도설 [전체보기]
온라인 세상
‘맬서스의 저주’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도다리쑥국
아시정구지의 추억
사설 [전체보기]
온라인 원격수업 곳곳 구멍…미비점 조속히 보완해야
감염 재확산 우려 키우는 방역지침 무시 일탈 행위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허황된 중국경사론
“한미동맹, 이상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전쟁의 얼굴
호의가 낳은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장기전 불가피한 코로나
코로나가 지구촌에 던진 경고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사계’ 연주의 전설, 이 무지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르네상스
영화 ‘사이드웨이’가 말하는 것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소치 허련이 그린 도깨비 그림
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